"단기에 국면 해소하려 하면 더 어려운 위치에 간다"
"한미군사훈련 중단 발언,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8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향해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고, 북측에 구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 말라”라고 조언했다.

반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외교안보포럼' 기조연설에서 “통일부 장관, 청와대 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을 새로 지명했다. 좋은 구상을 하겠지만 너무 단기에 (갈등) 국면을 해소하려고 하면 점점 더 우리는 어려운 위치에 간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남북관계는) 상호존중·호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너무나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 계속 북한에 끌려다니는 상황밖에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의 남북 관계 한미 동맹의 미래와 우리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회글로벌외교안보포럼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제공

반 위원장은 특히 "이념편향과 진영논리는 마땅히 배제돼야 한다. (북한을 향한) 일편단심은 냉혹한 국제사회에서나 민족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민족끼리'에 중점을 둘 경우 해결은 더욱더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권에서 추진하는 '남북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북한이 종전선언에 움직일 리도 없고, 관심도 없을 것"이라면서 "종전선언이 돼도 모든 걸 백지화하는 북의 행태에 비춰서 크게 의미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반 위원장은 여권 내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감축 등의 주장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고위직에 있는 분들이 아무리 해도 주한미군이 절대 나갈 리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걸 보고 참 경악스러웠다. 개탄스러운 일"이라고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점을 상기시키며 "도발행위를 아무런 자책도 없이 자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취한 미온적 대응, 그야말로 억지로 한마디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보인 미온적 대응에 크게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정부의 (남북 대화 노력에) 모든 국민이 환희에 차고, 기대하고, 전 세계가 손뼉을 쳤는데, 표면적으로는 가히 역사적이라 할 수 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보면 역대 정권과 다를 바 없게 됐다. 어찌 보면 전략적 입지가 더 궁색해졌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아울러 반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10월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북핵에 있다. 이런 점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면서 "햇볕정책 하면서 전 세계에서 찬양받던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 문 대통령의 정책, 이게 다 북한의 핵 야망을 저지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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