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투·키움증권·삼성증권·우리은행 등 피해액 1조3000억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등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여전히 업계에 큰 파장을 남기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홍콩계 자산운용사 젠투파트너스(Gen2 Parnters)가 환매연기를 선언하고 한국계 신기영 대표(Kyle Shin)가 잠적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젠투의 상품을 판매한 국내 금융회사들은 다시 한 번 곤경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악재가 연이은 국내 사모펀드 업계에 또 다른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최근 젠투파트너스는 약 1조 3000억원 규모의 채권형 펀드의 환매 연기를 국내 판매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현재 젠투는 지난 5월부터 운용중인 펀드 대부분에 대해 순차적으로 환매 중단을 통보한 상태다. 

   
▲ 사진=젠투파트너스 홈페이지


국내 금융사들은 젠투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채권형 펀드를 국내 투자자에게 판매하거나, 이를 기초 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를 만들어 주로 국내 기관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당초 젠투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은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젠투와 거래하는 국내 금융사는 꾸준히 늘고 있었다. 

올해 7월 현재 국내에서 팔린 젠투 펀드 관련 상품의 규모를 회사별로 보면 신한금융투자 3990억원, 키움증권 2625억원, 삼성증권 1400억원, 우리은행 902억원, 하나은행 421억원, 한국투자증권 178억원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 젠투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환매연기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채권 가격이 낮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HSBC가 발행한 유로화 채권을 편입한 게 직접적인 환매연기 사태를 야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젠투 건의 경우 최근 문제가 된 다른 펀드들처럼 투자명세서에 명시된 것과 다른 자산에 투자가 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젠투 측 책임자인 신 대표가 사실상 모습을 감추면서 금융회사들의 입장도 난처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신 대표와 직접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아무래도 순발력 있는 대응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Kyle Shin이라는 영어 이름으로도 알려진 젠투파트너스 신 대표는 한국 출신이다. 과거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을 거쳤고 2000년대 중반 굿모닝신한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홍콩에 젠투파트너스를 설립한 이후 신 대표와 젠투파트너스는 국내 금융사들과도 오랫동안 거래를 하면서 신뢰관계를 쌓아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사모펀드 업계 전체의 신뢰도가 다시 한 번 흔들리게 됐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환매연기 통보를 보낸 젠투파트너스 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검사를 지난 6일부터 진행 중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이번 조사와 관련, 홍콩 금융당국과 공조에 나설 방침도 세워놓은 상태다. 국내 판매사 현장검사만으로는 해외 운용사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젠투의 경우 업계에서 오래 활동해온 회사인 만큼 파장이 더 크다”면서 “몇몇 기업이 아닌 사모펀드 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도 회복이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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