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측, 권한대행 선출해 28일 전까지 HUG 일반 분양가로 입주자모집공고 접수 방침
   
▲ 9일 둔촌동역 1번 출구 앞에서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 조합원들이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에 대한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총회가 부결될게 뻔하니까 조합 집행부에서 술수를 쓴 겁니다. 3500여명의 조합원이 반대하고 있으니까요. 어떤 상황이던 3.3㎡ 당 일반 분양가 2970만원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9일 집회에 참석한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9일 찾은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모임 집회 현장은 33℃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에도 200여명의 조합원이 모이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조합원들은 '총회부결', '시공사만 대박 조합원은 쪽박'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조합원 대표의 연설에 성난 목소리로 동조했다. 집회 한켠에서는 집행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동의서를 작성하는 인원들로 떠들썩했다.

이들은 이날 2시 예정됐던 임시총회가 취소되자 12시 30분 둔촌동역 1번 출구 앞에서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에 대한 규탄집회를 열었다. 

전날 조합은 긴급 이사회를 통해 9일로 예정됐던 임시총회 소집을 취소했다. 당초 이날 예정된 총회에서는 '관리처분계획 변경의 건'을 안건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한 일반 분양가 3.3㎡ 당 2970만원을 수용할지 조합원 투표로 결정하고 일반분양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앞서 조합 이사회는 "준비 과정에서 다수의 조합원이 HUG의 분양가를 반대한다는 점이 확인돼 조합원 과반의 동의가 어려워졌다"면서 "이에 따라 관리처분계획변경안 의결이 불가능해져 총회를 취소한다"고 총회 취소 이유를 밝혔다. 총회 안건이 의결되려면 총 조합원 중 20%가 현장에 참석하고 50%가 찬성해야 한다. 

조합은 HUG와 일반 분양가 협상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들은 HUG가 3.3㎡당 일반 분양가 2970만원을 통보한데 반발하며 3.3㎡당 3550만원의 분양가를 고수하고 있다. 총회에서 대다수의 조합원들의 반대가 예상되자 집행부는 총회 소집 자체를 취소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날 최찬성 조합장은 “모든 것을 안고 오늘부로 조합장직에서 사퇴한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 9일 둔촌동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조합 집행부 및 시공사업단 규탄집회에서 조합원들이 조합 집행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동의서를 작성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조합이 앞으로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을지 여부다.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려면 조합은 이달 28일까지 관할 청인 강동구청에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해야 한다. 

집행부 측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조합 임원들이 HUG에 분양가 산정을 의뢰해 28일전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때 책정될 분양가는 HUG가 기존에 통보한 3.3㎡ 당 2970만원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조합원들은 조합장의 돌연 사퇴로 공석이 된 집행부가 차기 권한대행을 선출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입주자모집공고가 접수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조합 측은 대의원회를 열어 권한대행을 선출할 계획이며 대의원회 날짜는 아직 미정이다. 
 
이날 집회에서 조합 비대위 임원은 연설을 통해 "현재 105명으로 구성된 대의원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손해배상청구소송동의서를 걷고 있다"며 "대의원 개인에게도 손해배상 관련 내용 증명을 발송할 예정이고 오늘 안으로 자진 사퇴하는 대의원에 한해서는 손해배상을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 대의원회 정원은 100명에서 120명으로 100명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법적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조합원들은 둔촌동역 1번 출구에서 집회를 마치고 강동구청 앞으로 자리를 옮겨 집회를 이어갔다. 강동구청은 아직 단지의 분양 승인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확인된 바가 없으며 총회 없이 추진된 입주자모집공고는 인허가 불가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도 대의원회가 열려 권한대행이 선출된다면 다시 해임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집행부가 HUG의 일반 분양가를 수용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