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율 상향으로 고가주택 보유자·다주택자 보유세 부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
보유세·거래세 동시 증가…일부 버티기 수요에 의한 매물 잠김 현상이 야기될 수도
[미디어펜=홍샛별 기자]10일 문재인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게 골자다.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표명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세금을 강화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갭투자’를 일부 줄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시장 안정을 가져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미디어펜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장기 일반 매입임대 제도 폐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로 주택시장에서 가장 눈에 띌 현상은 ‘갭투자 위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임대주택 자발적 등록 말소시 과태료를 면제하고 등록말소시점까지 세제혜택을 유지해 이를 활용한 일부 매물이 나와 매물부족에 일부 숨통이 트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이어 “종부세율 최대 6% 적용으로 고가주택과 다주택을 중심으로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면서 “내년 12월 종부세 고지서를 수령하면 세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은 집을 처분할 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향후 시장 흐름에 대해서는 “초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세부담이 커지면서 수요 둔화에 따른 거래 위축이 불가피하다”면서 “세제상 불리한 중대형, 초고가 주택보다는 중소형, 중저가 주택에 실거주 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아져 주택시장의 알뜰소비화 경향도 나타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도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및 주택 과다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특히 단기에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를 통해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또 “정부가 1주택 보유 고령자 세액공제율 10%p 인상 추진 등 1주택 실수요자의 세부담을 다소 완화할 예정이지만 조정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로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종부세율의 급격한 세율인상은 징벌적 과세에 대한 논란과 조세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내 법개정이 되더라도 금번 종부세율 인상은 내년부터 현실화돼 당장 과세부담에 따른 매물출회를 기대하기도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게 함 랩장의 설명이다. 

함 랩장은 “보유세와 거래세가 동시에 무거워진 상황이라 일부 버티기 수요에 의한 매물 잠김 현상이 야기될 수도 있어 낮은 거래량 속 서울 주요지역의 집값 움직임은 당분간 강보합 움직임이 예상된다”면서도 “내년 6월 1일을 기점으로 고가 다주택자는 상당한 보유세 부담에 시달리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일부는 보유주택 매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정부의 세제강화가 결국 서울 전역에 집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금 부담을 늘리는 꼴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발표 자료상에는 2019년 주택부문 종부세 납세자가 ‘51만1000명으로 전체인구 대비 1.0%‘라고 되어 있다”면서 “이 수치로는 미미해 보이지만 공동주택으로 한정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2018년 기준 종부세 적용 대상 공동주택은 14만여 가구였지만 올해는 30만 가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면서 “전체 약 90%가 서울에 위치하며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구성비율은 약 98%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서울에 적용되는 세금으로 보더라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세율’만을 올려버린다면, 똘똘한 1채로 갈아타라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면서 “결국 시장은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매물을, 똘똘한 1채를 갖겠다는 수요층이 받아주는 것으로 양상이 바뀌어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 양상이 이처럼 바뀐다면 정부가 꿈꾸는 부동산 가격 하락, 시장 안정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고 이 연구원은 우려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