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 앞세워 상임위원장 독식했지만 개원식도 못해
민주당이 자초한 '야당 패스', 반쪽자리 본회의 가능성 솔솔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이후 연이어 곤혹을 겪고 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 177석이라는 절대 과반을 내세워 상임위까지 독점했지만, 오히려 1987년 민주화 이후 개원식 역대 최장 지연이라는 불명예 기록만 세웠다.

21대 국회는 지난 12일 이미 지각 개원식 부문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역대 최장 지연 기록은 18대 국회가 세운 2008년 7월 11일이다. 여기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국회 일정이 사실상 멈추면서 여야는 제대로 된 협상조차 하지 못하면서 나날이 신기록을 갱신 중이다.

김영진 민주당 총괄원내수석부대표와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21대 국회 개원식, 야당 몫 국회부의장과 정보위원장 선출, 그리고 7월 임시국회 본회의 일정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직후 “여당과 야당의 의견을 서로 제시하면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 “추후 더 진전된 협상을 통해서 결과를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도 “개원식과 각 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질문, 상임위원회 활동 등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의사일정들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는데, 조금 더 각 당의 의견들이 있고 조정할 문제가 있어서 한 번 더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난감한 상황이다. 4‧15 총선 직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연이어 악재가 터졌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양정숙 의원은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제명이 됐고,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논란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지난주 말에는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의 250억원 규모 임금 체불 논란도 불거졌다.

여기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마저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민주당 소속 선출직 고위공직자에 대한 도덕심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성추행 의혹에 대한 대응을 묻는 과정에서 이해찬 대표가 기자를 향해 욕설을 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 국회 본회의장./사진=연합뉴스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역대 최장의 개원식 지연 기록은 민주당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민주당 스스로 ‘통합당 패스’라는 현재 상황을 만든 만큼 통합당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도 애매하다.

개원식은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통합당과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1대 국회의 개원식 연설을 위해 이미 10번 넘게 연설문을 수정했다. 더 이상 미루기에는 민주당으로서도 부담스럽다.

민주당은 오는 15일에는 개원식을 여러 국회의장의 개원사와 국회의원의 선서, 대통령 연설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통합당은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반납하지 않으면 개원식에 불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민주당만 참석한 반쪽자리 본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개원연설이 이뤄지거나, 아예 건너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제21대 국회 시작부터 참으로 부끄러운 기록을 세웠다”고 말한 뒤 통합당을 향해 “국회가 지금 해야 할 것은 시간을 아껴 민생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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