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연구소, 지하물리탐사로 왕릉 배치·규모 확인
   
▲ 부여 능산리 고분군 [사진=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백제 사비 도읍기(538∼660)의 왕실 묘역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부여 능산리 고분군(사적 제14호)에 대한 지하물리탐사를 통해, 왕릉의 배치와 규모를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지하물리탐사는 땅의 물리적 성질 변화를 측정, 땅속 구조물이나 매장문화재의 분포 여부를 판단하는 고고과학 기술이다.

지난 2014년부터 능산리 고분군 묘역 중앙부와 진입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하물리탐사 결과, 각 봉분 외곽에는 호석(護石, 무덤 봉분 외곽을 두르는 돌)으로 판단되는 반응이 나타났다.

문화재연구소는 "사비기 백제 왕릉의 봉분들은 현재 복원·정비돼 있는 지름 20m 규모보다 훨씬 크게 조성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능산리 고분군은 3기씩 상하로 2열을 이루고, 또 북쪽에 1기가 더 있어 모두 7기다. 

왕릉의 배치가 동하총(아래 동쪽 무덤)과 중하총(아래 중간), 서상총(위 서쪽)과 서하총(아래 서쪽), 중상총(위 중간)과 동상총(위 동쪽)이 각각 두 기씩 모여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문화재연구소는 "무덤이 두 기씩 모여 있는 것을 볼 때, 왕과 왕비의 무덤이 같이 조성됐거나 가족 단위로 무덤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능산리 고분군은 그동안 백제 능원제도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는 유적으로 알려져 왔으며, 특히 고분군의 서쪽에 있는 능산리 능사(陵寺, 왕릉 주위에 세운 절)지에서는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와 부여 능산리사지 석조사리감(국보 제288호)이 출토됐다.

문화재연구소는 국립부여박물관과 함께 올해 중 능산리 고분군 중 동하총 내부 관대(棺臺, 관을 올려놓는 대)를 조사한 후, 고분군의 전체 시굴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향후 조사를 통해 고분 간의 선후 관계가 확인된다면, 사비기 왕릉의 주인과 백제 후기 능원의 모습을 밝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오는 10월 발간하는 '考古(고고) 물리탐사 Ⅵ'에서 그동안 수행한 백제 주요 고분들에 대한 지하물리탐사 결과를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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