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조문 거부' 사과...당사자는 "당혹스럽다"
정의당의 위기는 현재진행형 "세대교체가 필요"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총체적 난국이다. 정의당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조문을 두고 또다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심상장 대표가 조문 거부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오히려 ‘민주당 2중대’의 늪으로 더욱 빠져들고 있다.

심 대표는 지난 14일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조문 거부’에 대해 “유족과 시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논란이 큰 만큼 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크다”면서 “당 내부의 격렬한 토론 역시 정의당이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두 의원의 조문 거부 이후 당원들의 탈당이 이어지는 상황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성향의 지지층을 공유하는 만큼 이는 당연한 결과였고, 심 대표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 정의당 류호정(가운데), 장혜영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시작 전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심상정 대표./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피해 호소인과 연대한 의원들의 메시지에 당 대표가 사과한 것이 오히려 진보 정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당사자인 장 의원도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고 당혹감을 표시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의당의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지난해 조국 사태 때부터 뚜렷한 당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데스노트’라는 이름으로 인사청문회에서 몇 번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정작 주요 현안에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4‧15 총선은 정의당의 위기를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4+1’ 공조를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 이를 통해 원내 교섭단체를 목표로 했지만 겨우 6석에 그쳤다. 독자적으로는 법안 발의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를 감안한 듯 총선 직후에는 민주당의 단독 원구성과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에 협조하지 않거나 비판적 태도를 보였고 부동산 대책과 관계자 책임론을 두고도 야당으로서 선명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심 대표의 사과로 인해 ‘역시 민주당 2중대’라는 부정적 시각만 부각됐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사진=정의당

지난해 조국 사태 때 정의당을 탈당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심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 2중대 하다가 팽 당했을 때 이미 정치적 판단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로써 이 분에 대해 가졌던 마지막 신뢰의 한 자락을 내다 버린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보정치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태”라면서 “젊은이들의 감각을 믿고 그들에게 당의 주도권을 넘기는 게 좋을 듯”이라고 꼬집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청년 정치인을 키우겠다는 건지, 어린 아이 취급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면서 "언젠가는 물러가야 할 세대, 기왕이면 추하지 않고 아름답게 물러섰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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