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없는 서울시정 부동산 정책 흐름 가늠 척도 될 듯
[미디어펜=홍샛별 기자]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작스레 숨지면서 ‘박원순표 부동산 정책’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서울 도심 주택공급 카드로 거론되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문제를 놓고 정부 내부에서도 엇박자를 내는 만큼, 향후 그린벨트 해제가 박원순 없는 서울시정의 부동산 정책 흐름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17 부동산 정책 후속 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연합뉴스

15일 정부 및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신규 건축 물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그린벨트를 풀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부 차원에서 검토한 적 없다. 서울시와도 이 부분에 대해 협의가 시작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박 차관은 이어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이야기에는 “이제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모든 이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하는 건 가능하다”면서도 “아직 그린벨트 관련 본격적인 논의는 착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본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전날인 1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그린벨트 해제 검토’ 발언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주택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고려할 수 있냐는 질문에 “현재 1차적으로 5~6가지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과제들에 대한 검토가 끝나고 나서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홍 부총리가 관계부처 장관, 지자체가 참여하는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의 컨트롤타워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일각에서는 같은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내부 의견조차 합치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박 차관이 홍 부총리의 ‘그린벨트 해제 가능’ 발언을 빠르게 수습하는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여론은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기자회견에서 그린벨트 해제에 난색을 표하며 반대했던 홍 부총리가 불과 5일만에 완전히 반대 입장을 내비친 데다 공급 대책 발표 시점까지 이달 말로 구체화 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계산이 선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시장의 유고로 서울시의 그린벨트 해제는 이제 정부의 손에 달렸다. 그린벨트 해제를 강력히 반대해 온 박 시장의 부재로 사실상 시정은 정책 추진의 구심점을 잃었다. 

물론 서정협 권한대행이 박 시장의 시정철학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힌 만큼 곧바로 입장을 바꿔 그린벨트 해제에 동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됐다. 

과거 국토부는 3기 신도시를 발표한 2년 전 서울시에 시내 공급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요청한 바 있다. 서울시가 끝까지 반대를 하더라도 국토부가 의지만 있다면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박원순 시장은 생전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과 날선 대립을 해 왔다”면서 “박 시장의 유고로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서울시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자신들의 공급 확대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지난 9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방자치단체는 획기적 (부동산) 공급 대책 수립을 위해 중앙정부에 협조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는 등 서울시에 사실상 그린벨트 해제를 주문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 만큼 대행 체제의 서울시가 박 시장이 지키려던 ‘그린벨트’를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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