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이낙연, 서울시에서 사라진 '피해자' 단어
진중권 "피해자의 말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것"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더불어민주당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고소한 전직 비서 A 씨에게 ‘피해자’ 대신 ‘피해 고소인’이라는 호칭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두고 “피해를 “피해자의 말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뜻”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 호소인이 겪을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번 통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히 밝혀주길 바란다”며 “또한 피해 호소인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을 멈추고 당사자의 고통을 정쟁 수단으로 쓰지 않길 강력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시청사에서 열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사진=민주당

이 대표는 지난 13일 고위전략회의 후 강훈식 수석대변인의 대독을 통한 사과문에서도 A 씨에 대해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했다.

이낙연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A 씨를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 “피해 고소인”, “고소인” 등으로 표현했을 뿐, ‘피해자’라는 호칭은 사용하지 않았다.

서울시도 민주당과 발맞춰 ‘피해 호소직원’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피해 호소 직원 용어 문제는 우리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접수가 되고, 조사 등 절차가 진행이 되는 시점에서 피해자라는 용어를 쓴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송갑석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공식 입장문에서도 ’피해 호소인‘이란 용어를 쓰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은 채 “해당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한 번 해보겠다”라고만 답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진성준 의원은 지난 13일 MBC라디오에 출연, 청와대 국민청원의 서울특별시장(葬) 반대 청원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지만 피해를 기정사실화하고 박 시장이 가해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이라면서 “섣부르게 예단할 시점은 아니고 차분히 따져봐야 될 문제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반면,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희정 사건, 오거돈 사건 때도 피해자라고 불렀는데 이번 박 시장 사건에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며 "피해자와 피해 호소자의 구분 기준은 무엇이냐. 안 지사와 오 시장은 억울하지 않은데 박 시장은 억울할 가능성이 있냐"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피해 호소인'이라는 사회방언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사과할 생각이 없고 그냥 이 국면을 교묘히 빠져나갈 생각만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도 '피해 고소인'이라 부른다. 공식적으로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또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말은 피해자의 말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뜻을 담고 있다"면서 "피해자가 폭로해도 일단 안 믿어주는 세상이 박 시장이 원하던 세상이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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