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오승환(38·삼성 라이온즈)이 또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리드를 못 지키고 동점을 내준 것도 모자라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까지 됐다. '돌아온 끝판대장'의 예기치 못했던 부진에 삼성의 뒷문이 위태로워졌다.

오승환은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에서 두번째 블론세이브로 삼성의 승리를 날렸다.

삼성이 2-1로 앞선 8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 구원 등판한 오승환은 첫 상대한 타자 박찬호에게 안타를 맞고 2-2 동점을 허용했다. 2루 주자 나지완이 홈까지 파고들다 태그아웃되지 않았다면 곧바로 역전이었다.

이어 9회초에도 등판한 오승환은 김규성, 이창진에게 안타를 내주고 맞은 2사 1, 3루에서 최형우에게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순식간에 2-5로 역전을 허용하면서 삼성은 그대로 패했고 오승환은 복귀 후 첫 패전투수가 됐다.

   
▲ 사진=삼성 라이온즈


마무리투수의 숙명상 블론세이브를 할 수도 있다. 매번 세이브에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승환'이기에 삼성의 충격은 컸다. 더군다나 이날 일시적으로 부진한 피칭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섬성의 우려가 더 크다.

징계 해제를 기다려 6월 중순 드디이 삼성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에 복귀한 오승환은 처음 6경기 등판할 때까지 '끝판대장'의 면모를 보였다.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면서 5세이브 1구원승을 거두며 삼성의 든든한 뒷문지기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최근 피칭은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지난 4일 LG전에서 1이닝 2실점으로 첫 실점을 기록하며 5-3 리드를 못 지키고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당시 연장 승부에서 삼성이 7-6으로 이기긴 했지만 오승환이 2점 차 리드를 못 지킨 것은 일말의 불안감을 안겼다.

이후 오승환은 세이브 기회가 뜸했다. 11일 kt전에선 7-9로 뒤진 8회 등판했다가 안타 2개를 맞고 1실점했다. 14일 KIA전에서는 5-0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으로 막긴 했지만 여유 있는 점수 차 속 볼넷과 안타를 각각 1개씩 내주며 실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리고 15일 경기에서는 1⅓이닝 4피안타(1홈런) 3실점하면서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동시에 기록했다. 

오승환의 최근 부진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생활을 끝내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예전 구위가 아니라는 점, 이번 시즌 개막이 코로나19로 늦춰져 실전 공백기가 길어진 점, 전매특허와 같던 돌직구의 구속이 140㎞대 초반으로 떨어진 점 등이 꼽힌다. 일각에서는 40세가 돼가는 나이를 감안할 때 에이징커브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오승환의 현재 컨디션이 좀 떨어져 있을 뿐이지, 한국과 일본-미국 무대를 두루 거치며 떨쳐온 '끝판대장'의 위용이 어디 가지 않았다는 평가도 여전하다.

어쨌든 오승환의 최근 피칭은 오승환답지 못했고, 삼성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오승환 때문에 뒷문이 불안해지는 것이다.

오승환은 다음 세이브 상황에서의 등판 때는 분명 큰 부담감을 안고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그런 압박감을 이겨내고 팀 승리를 지켜내는 것, 바로 오승환이 해내야 할 일이다. 

삼성은 한때 4위까지 올라갔으나 지난주 4연패를 당하면서 6위로 떨어져 있다. 삼성의 재반등을 오승환이 뒤에서 밀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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