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만 가지고 집값 잡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
[미디어펜=홍샛별 기자]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그린벨트 해제 압력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결국 그린벨트는 해제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로 집값을 잡을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문가 대다수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16일 정부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서울시청 8층에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첫 실무단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서울시·경기도·인천시 등 주택정책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 지난 1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주택공급확대 실무기획단 1차 회의'가 열린 가운데, 발언하는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사진=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기재부 관계자들은 서울시 공무원들을 향해 “그린벨트를 해제하자”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인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 공급 대책의 하나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 상에서 기재부가 서울시를 압박한 것이다.

실무기획 단장을 맡은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 역시 이날 회의 모두 발언에서  “지난 7·10 부동산대책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방안과 함께 도시 주변 그린벨트 활용 가능성 등을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며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 국토위 간사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 부동산 비공개 당정 협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한 질문에 “그런 것까지 포함해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서 범정부적으로 논의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당정 모두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공식화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뒤이어 발표될 공급대책에 그린벨트 해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내 그린벨트 면적은 약 150㎢로, 서울 전체 면적의 약 25%에 달한다. 구별로는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다. 

이어 강서구(18.92㎢) 노원구(15.91㎢)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도봉구(10.2㎢) 순으로 규모가 크다. 

강서와 노원 지역은 산이 많아 집단 거주지로 부족한 까닭에 서초구 내곡동 일대와 강남구 세곡동 일대가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지역의 경우 강남3구에 몰린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을 늘리더라도 이미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는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준다는 측면에서 일부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이미 대출 등 각종 규제책을 쏟아낸 상황에서 그린벨트 해제만 가지고는 시장 안정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고 밝혔다.

심 교수는 이어 “현재 상황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이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묶여 있는 재건축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등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로또 청약 열풍만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아파트를 지으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라며 “그린벨트가 해제되더라도 집값이 잡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특히 정부가 소유권을 보유한 채 임대물량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분양이나 분양전환의 형태로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과거 이명박 정부의 반값아파트 사례처럼 결국 소수의 청약당첨자들에게 시세차익을 몰아주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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