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증가로 투자 수요 몰리면 집값 상승 자극할 수도"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며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공급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논외 시킨 공급 방안이 ‘반쪽짜리 공급’이라는 지적이 일자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그린벨트 해제의 대안으로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제로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완화 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며 그 실효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주택 공급 대책을 두고 정부와 여당은 그린벨트 해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 등에 대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하는데는 서울의 유휴부지가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이 서울 지역 공급 확대에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내놓자 정부가 이와 같은 지적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모습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만으로는 집값 안정에 무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최근 정부는 지난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이어 6‧17 대책에서도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고 의무거주 규제를 확대했다. 정비사업 과열이 집값을 올리는 주범이라고 보고 규제를 완화하면 집값이 치솟을 것이라는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가 정비사업을 옥죄자 아파트 공급에 차질을 줄 것이라는 시그널에 부동산 시장도 움직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안전진단 기준의 추가적 강화와 재건축 부담금 징수는 재건축사업 장기화를 야기 시켜 신규주택구매와 입주권투자가 성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입주 뉴타운 아파트 9개 단지의 평균 입주권 실거래가는 평균 분양가 5억 6953만원 보다 4억1666만원 상승한 9억8619만원에 책정됐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공급에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시장 안정 활로가 보이는데 이번 대책에서는 많이 빠져있다"며 "땅이 부족한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을 논외하고 공급을 다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가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 실무기획단 첫 회의에서도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와 용적률 완화 방안 등이 거론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공공 재개발‧재건축 방식 사업의 도시 규제 완화를 통한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 분양아파트 공급 등 종합대책을 마련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는다면 용적률이 상향 조정되고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안전 진단 강화 등 규제 중에 완화되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재건축‧재개발이 서울 주택 공급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토지주택연구원이 국토교통부의 '2020 주택업무편람'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73년부터 2018년까지 40여년간 서울에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900곳 중 현재 입주가 이뤄진 구역은 493곳, 33만1752가구가 전부다. 

재건축 입주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서울 공급된 재건축 물량 역시 9만6683가구에 불과하다. 2023년 입주를 앞둔 3기 신도시 공급 물량은 70만가구다. 정부의 분석대로 정비사업 과열로 입주 전부터 단지의 분양권 가격이 치솟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용적률이 상향 조정되면 공급 물량이 늘어나고 규제 완화로 사업 추진도 빨라질 수 있다"면서도 "그만큼 수익성이 늘어나며 투자 수요가 몰리게 돼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비사업을 통해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게 되면 물량은 아주 많지 않아도 교통 등 입지가 좋은 곳의 수요를 만족시켜 주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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