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 거열산성 항공사진 [사진=문화재청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서울 광화문 앞에 있는 조선시대 최고 관청이던 '의정부' 터(의정부지, 議政府址)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이 된다.

이곳은 옛 육조거리(광화문광장∼세종대로)에 있던 주요 관청 중 유일하게 흔적이 남아있는 곳으로, 문화재청은 종로구 세종로 76-14번지 일대 '의정부지'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20일 사적으로 지정 예고됐다고 밝혔다.

의정부는 영의정·좌의정·우의정 등이 국왕을 보좌하면서 국가 정사를 총괄하던 조선시대 최고 행정기구로, 임진왜란 때 화재로 불탔다가 흥선대원군 집권 후 1865년 경복궁과 함께 재건됐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역사적 경관이 대부분 훼손됐고, 의정부 터에는 지난 1990년대까지 여러 행정 관청이 자리했으며, 1997년부터 서울시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공원)으로 사용해왔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부분 발굴조사를 통해 옛 의정부의 유구(遺構·건물의 자취)와 유물을 처음으로 확인, 2015년부터 학술연구를 벌였다.    

그동안 사료를 통해 추정한 의정부 주요 건물 3채의 위치와 규모를 확인했는데, 삼정승의 근무처였던 '정본당'을 중심으로 양옆에 '협선당'(종1품·정2품 근무처)과 '석획당'(재상들의 거처)이 나란히 배치된 모양이며, 후원에 연지(연못)와 정자 흔적도 발굴했다.

1865년 고종이 직접 쓴 정본당 현판(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은 가로 2m, 세로 1m에 달해, 의정부 건물의 규모와 위용이 궁궐 전각에 뒤지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경남 거창군 '거창 거열산성(居列山城)'도 함께 사적 지정을 예고했다.

거창 거열산성은 삼국 시대 신라와 백제의 영토 확장을 위한 각축장으로, 문헌 기록상 실체가 확인된 산성으로는 거창지역 삼국 시대 산성 중 최대 규모다.

신라 시대에 축성된 1차성과 통일신라 시대에 증축된 2차성으로 이뤄져 있으며, 1차성의 둘레 길이는 원래 약 418m, 2차성의 둘레는 약 897m이며, 현재 전체 산성 길이는 약 1115m이다.

1차성은 6세기 중엽 신라가 백제 방면으로 진출하면서 축조한 산성으로, 663년에 백제부흥운동군 700명이 전사한 거열성(居列城)으로 추정되고, 또 2차성은 신라가 나당전쟁에 대비해 673년 축조한 만흥사산성(萬興寺山城)으로 문화재청은 파악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정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 문화재위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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