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와 유신 반대·6월 항쟁 등 민주화 운동도 포함
"하나된 대한민국 아니라 민주당과 '하나된 정당' 토대?"
"시대 흐름에 올바른 선택" 호평도..."포용적 정당 모습"
[미디어펜=손혜정 기자]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미래통합당이 지난 20일 '5.18 정신'과 '민주화 운동', '임시정부', '경제민주화' 등의 내용을 담은 새 정강정책 초안을 발표했다. 이에 일각에선 "하나된 대한민국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하나된 정당'으로 가기 위한 토대"라고 혹평했다.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정강정책개정특위(개정특위)는 이날 정강정책을 새롭게 구성해 그 초안을 발표했다. 정강은 정당이나 정치 집단에서 국민에게 공약하여 이루고자 하는 정책의 큰 줄기를 보여주는 만큼, 이날 공개된 내용은 향후 통합당이 지향하고 구현할 가치를 보여주는 '정체성'과도 같다.

정강 초안에서 이목을 집중시킨 내용은 통합당이 인식하는 '역사관'의 변모다. 내용에는 산업화 세대의 '조국 근대화 정신'도 포함됐지만 이를 부정하는 사관도 함께 강조됐다. 

   
▲ 통합당 홈페이지 이미지./사진=미래통합당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기존 정강에선 언급되지 않았던 '민주화 운동'이 초안의 '국민 통합' 항목에 등장하면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이 규정한 '2.28 대구민주화운동', '3.8 대전민주의거', '3.15의거', '4.19혁명', 6.3한일회담 반대운동', '3선개헌 반대운동', '유신헌법 반대운동', '부마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 항쟁' 등을 모두 포함했다.

김병민 통합당 비대위원이자 개정특위 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국민통합 관련 내용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산업화 세대의 근대화 정신과 민주화 정신의 압축적 표현에 일부 이견이 있었다"라면서도 "민주화 운동 정신에 대해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열거함으로써 소모적 과거 갈등을 극복하고 미래 정신으로 나아가는 데 많은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정치학 교수는 '미디어펜'에 "산업화와 민주화는 둘 다 중요한 이념으로 당연히 환영할 가치이지만 보수 정당에 있어 '민주화'의 진정한 의미는 '자유민주화'여야 한다"라며 "초안에 열거한 '민주화 운동'이라는 것은 '자유민주화 운동'이었는지 '좌익 민주화 운동'이었는지 숙고 없이 국가주의식 결정에 의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교수는 "나머지는 보조적인 것들이고 '5.18'을 정강에 수용하는 걸 정당화하는 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통합당은 기존에는 회의실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 사진을 걸어놓을만큼 '1948년 8월 15일 건국과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 정신을 내세웠지만 새 정강 초안에는 '임시정부 계승 정신'을 더 강조하면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종식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병민 위원장은 "'반만년의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는' 표현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민국'이라는 1948년 제정헌법 전문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단절없는 역사관'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통합당 소속 여명 서울시 의원은 '미디어펜'에 "임시정부와 5.18 정신을 정강정책에 담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임시정부 자체를 부정하거나 5.18 당시 희생된 민간인의 죽음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단적인 예로 민주당이 수권정당을 지향한다고 해서 정강정책에 '천안함 정신'이나 '북한인권 해방'을 녹여놓고 있지는 않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 통합당 회의실 배경에는 민주당 당색인 파란색 바탕에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발언한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문구가 내걸렸다./사진=미래통합당

반면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문제가 됐던 역사 인식 수정과 반공주의의 제거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춘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부분"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통합당은 초안에 '공정과 정의' 항목에서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여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는 등 공동체 신뢰 회복과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이루고자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반대론자들은 "우리 사회는 '경제자유화' 깃발을 들어 올려야 할 시기"라며 "경제민주화는 단순히 '반재벌'적 거친 공격을 포장하고 시장간섭정책을 포장하는 구호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강 초안의 전반 내용에 대해 통합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미래통합당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고 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도 중도라는 환상에 빠져 좌클릭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통합당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힐난했다.

여명 시의원도 "개정특위가 어떤 자격으로 초안 내용을 우리 당 전체와 보수 유권자들의 사회적 합의 없이 욱여넣으려는지 모르겠다"며 "논란이 돼보이는 것마다 이것저것 다 짬뽕해버리면 우리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포퓰리즘도 잘 하는 방법이 있는데 꼭 저렇게 상대에게 무릎꿇는 식으로 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김병민 통합당 비대위원 겸 정강정책개정특위 위원장./사진=미래통합당
박대출 통합당 의원도 '미디어펜'에 "탈이념을 지향하는 것 같은데, 도리어 이념에 매몰되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며 "국민이 바라는 통합당의 변화된 모습일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합당 관계자는 "정강정책은 정당의 정신인 만큼 좌클릭·우클릭 등의 흐름은 자칫 '포퓰리즘'으로 비칠까 우려된다"며 "정강정책 수선으로 당이 변모했다는 메시지가 추락한 당의 이미지를 얼마나 개선시킬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선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 내용에 대해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보승희 통합당 의원은 '미디어펜'에 초안과 관련, "'보수라서 이건 안 된다'라는 관점보다 이슈되는 것들이 시대 변화에 따라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피해 보신 분들, 경제적인 배분의 문제 등을 볼 때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통합당의 한 의원도 '미디어펜'에 "정강정책이니까 정치적 고려가 없으면 안 되지 않겠나"라며 "'국민 통합' 차원에서의 정치적 고려에 대해선 (좋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보수가 진지하게 복지와 노동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므로 기대가 된다"고 했으며 또 "비대위가 1960년 보수를 2020년 보수로 얼마나 잘 '리메이크' 해낼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미디어펜'에 "시대 흐름에 맞는 올바른 선택이고 완고한 이념으로 국가를 경영할 수는 없다"며 "폭넓고 포용적인 정당의 모습을 갖춰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장 소장은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 이탈 현상'에 대한 질문에는 "영향력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보수 유권자들은) 그 정도 포용력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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