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임시 거주할 단지 조성해 영구임대주택 370호 공급
"보증금 부담…복지시설 등 보장돼야"
[미디어펜=이다빈 기자]“당장 개발을 진행할 것처럼 서울시장, 구청장, 구청직원들이 찾아와 주민들 이야기도 듣고 이곳 주거환경 사진을 찍어 간 게 벌써 일 년이 지났어요. 재개발 소식은 제가 여기 살았던 6년 내내 나왔다 들어갔다 하던 이야기라 이제 무감각 합니다.” (영등포 쪽방촌 한 거주민) 

21일 오전에 찾은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광야교회 인근은 29℃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에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 쪽방촌 일대 모습./사진=미디어펜

'영등포 쪽방촌'이라고 불리는 이 일대는 6.6㎡ 남짓의 낙후된 공간에서 무보증 월세로 거주하는 360여명의 주민의 터전이다. 이날 주민들은 광야교회에서 제공하는 노숙자 및 기초생활수급자들을 위한 무료 급식을 이용하기 위해 오전부터 쪽방촌 골목에 의자를 늘어놓고 앉아 담소를 나누며 대기하고 있었다.

지난 16일 이곳에 또다시 재개발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영등포구는 영등포 쪽방촌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해당 사업은 영등포구, LH, SH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하며 기존 쪽방촌을 철거하고 이 일대 약 1만㎡에 기존 주민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370호와 젋은 층을 위한 행복주택 220호, 분양주택 600호 등 1200호를 공급한다.

   
▲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 쪽방촌 일대 모습./사진=미디어펜

쪽방 주민은 이번 사업으로 지어질 영구임대주택 370호에 보증금 161만원에 월세 3만2000원의 임대료로 거주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이번에 짓게 될 임대주택의 경우 현재 쪽방의 2~3배 넓은 공간으로 공급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의 주민들은 현재 무보증에 월 평균 25만원 수준의 월세를 내고 거주 중이다. 예상되는 보증금 161만원에 월세 3만2000원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70대 주민 A씨는 "월세는 현재 수준에 비해 저렴한 편이 맞지만 대부분 원주민들이 기초수급자에 수입이 일정치 않아 161만원의 보증금을 마련하는 것이 부담일 것"이라며 "보증금까지 정부에서 지원해주진 않을 테니 161만원을 마련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이 완공되더라도 이주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힌 주민들도 종종 있었다. 일정하지 않은 직장에 ‘뜨내기 생활’을 하기 때문에 수급을 받는 날만 이곳에 잠시 방문할 뿐 일자리를 찾아 서울 시내 곳곳의 고시원 등을 돌아다니며 생활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주민들은 360여명 중 약 50여명이 이와 같이 이주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가운데서는 임대주택 이주에 있어서 보증금과 월세 수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주민들의 실제적인 의견을 반영해 새 터전의 환경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쪽방촌이 형성될 무렵부터 거주했다고 밝힌 60대 주민 B씨는 “보증금과 월세 모두 괜찮은 가격이지만 중요한 것은 평수가 지금보다 대폭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영세민아파트에 들어가게 되면 13평에 보증금 200만원, 월세 10만원 수준을 내게 된다"며 "저번 재개발 이야기가 나올 때 구청이 4.5평을 제시했는데 이와 같은 환경에 보증금 161만원 월세 3만원에 들어가느니 아무리 혼자 살아도 13평 영세민아파트를 구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번 사업에서 국토부가 제시한 '선(先)이주 선(善)순환' 이주 대책은 지구 내 우측에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선 이주 단지를 조성해 주민들이 임시 거주토록하고, 공공주택이 완공되면 영구임대주택으로 재정착시키는 방식이다. 

주민 대다수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일부 주민들은 "차라리 이주비를 제공해주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또 주민들은 공공주택과 함께 건설되는 돌봄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쪽방촌 주민 C씨는 “대부분이 쇠약한 1인 가구 고령자들이라 아파트로 이전해 문을 닫고 교류가 없는 생활을 살게 되면 누가 언제 어떻게 잘못됐는지 모른다”며 “임대주택으로 이전해도 지금처럼 주민들 간의 교류가 가능한 센터나 복지시설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6년 거주하는 동안 재개발 소식이 몇 번 엎어졌는지 모른다”며 “최근 나온 개발 소식도 무감각할 정도라 주민들에게 확신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 쪽방촌 일대 모습./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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