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 허가서)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다.

12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동주)에 따르면 다음카카오 측에서 지난달 7일 이후 카카오톡에 대한 7건의 감청영장 집행을 거부했다.

   
▲ 자료사진=뉴시스

7건 중 4건은 감청영장의 유효기간인 2개월을 이미 넘겼고 나머지 3건은 집행 기간은 남아 있지만 다음카카오 측이 협조하지 않아 실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카카오 측이 집행을 거부한 7건의 감청영장은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수사 중인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관련된 영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13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기자 회견을 열고 "감청 영장에 대해 10월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응하질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카카오 측은 이메일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지검은 최근 국가정보원이 간첩혐의자 A씨에 대해 신청한 이메일 감청영장을 법원에 청구해 발부받았지만 다음카카오 측의 협조 거부로 실제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유선전화는 최근 사용자가 없어 감청영장을 집행해도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건질 수 없어 무용지물이고 휴대전화에 대한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감청까지 무력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생활이 일부 침해되더라도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이 최소한도로 허용하는 것이 감청이며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나 살인·납치 등 중대 범죄에 한해서 법원이 엄격하게 발부하는 것이 감청영장"이라고 덧붙였다.

또 "법원이 감청영장을 발부했음에도 실제 수사 현장에서 집행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음카카오 측은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집행이 실시간으로 송·수신되는 대화 내용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사후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를 처벌하거나 제재할 만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통신사업자가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감청 장비의 설치 의무를 통신사업자에게 부여하고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1994년 제정된 '법집행을 위한 통신지원법(CALEA: Communications Assistance for Law Enforcement Act)'은 통신사업자가 감청 지원에 필요한 모든 기술조건 및 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외국 주요 선진국은 전부 제재 수단을 마련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감청장비 개발·설치 의무도 수사기관이 아닌 통신사업자에게 부여하고 있다"며 "우리도 법을 보완해서 감청 제도와 관련한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빨리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제한조치로 불리는 감청은 전기통신에 대해 당사자 동의 없이 실시간으로 전자장치·기계장치 등을 사용해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고 관련 내용을 지득·채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디어펜=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