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단 한 경기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특히 마운드 운영이 완전히 꼬어버려 충격파가 적잖게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는 21일 SK 와이번스와 인천 원정경기에서 7-8로 졌다. 역전, 재역전에 재재역전이 거듭된 드라마틱한 경기 같지만 실상은 롯데 마운드의 연쇄 붕괴가 부른 결과다. 선발투수 샘슨은 호투하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갑자기 물러났고,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불펜 투입된 노경은은 전혀 제 몫을 못했고, 가장 믿음직했던 마무리투수 김원중은 역전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팀 승리를 날렸다.

롯데는 초반 리드를 잡았다. 1회초부터 이대호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아냈고, 3회초에는 안치홍의 2타점 적시타로 3-0으로 달아났다.

선발 샘슨은 3회까지 무실점으로 SK 타선을 봉쇄하며 호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4회말 롯데에 악재가 발생했다. 1사 1루에서 한동민을 상대로 초구를 던진 샘슨이 착지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듯 통증을 호소했다. 오른쪽 내전근에 부상이 생긴 샘슨은 절뚝이며 물러났다.

   
▲ 샘슨, 노경은, 김원중. /사진=롯데 자이언츠


잘 던지던 선발투수가 부상으로 갑자기 마운드를 내려간 다음, 서둘러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노경은이었다. 지난달 29일 손목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던 노경은은 부상에서 회복해 이날 1군 복귀했다. 당초 22일 경기 선발 등판이 예상됐으나, 허문회 감독은 지친 불펜진에 힘을 보태고자 노경은의 불펜 활용을 구상하고 있었다. 이날 샘슨의 조기 강판 상황이 생기자 노경은을 두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시켰다.

하지만 선발 요원 노경은의 불펜 등판은 완전한 실패였다. 제대로 몸도 못 풀고 투입된 노경은은 첫 상대한 타자 한동민에게 투런홈런을 맞고 3-2 추격을 허용했다.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안타와 보내기번트, 볼넷과 도루 허용으로 1사 1, 3루에 몰린 뒤 최정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내줬다. 이어 로맥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고 더 버티지 못한 채 2사 1, 3루에서 강판됐다.

이어 등판한 김유영이 채태인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롯데는 3-5로 역전 당했다. 노경은이 남겨뒀던 주자 2명이 모두 홈인해 노경은의 이날 구원등판 성적은 1⅓이닝 4피안타(1홈런) 4실점으로 부진했다.

이후 롯데는 마차도가 6회초 솔로포를 날린 데 이어 7회초에도 2타점 적시타를 때리는 등 맹활약을 펼친 데 힘입어 7-5로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2점 차 리드를 불펜 필승조 3인방 박진형-구승민-김원중이 1이닝씩 나눠맡아 지켜내며 승리를 거두는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박진형이 7회말 1사 만루 위기를 병살타 유도로 넘겨 한숨을 돌렸고, 8회말을 책임진 구승민은 이현석에게 솔로포를 맞아 7-6으로 한 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그래도 롯데에는 마무리로 전환해 리그 정상급 뒷문지기가 된 김원중이 있었다. 9회말만 무실점으로 막으면 샘슨의 부상이나 노경은의 부진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승리로 만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원중이 1사 후 최정을 볼넷 출루시킨 후 로맥에게 끝내기 투런홈런을 두들겨 맞았다. 순식간에 SK의 극적인 8-7 역전승으로 경기가 끝났고, 김원중은 고개를 떨궜다.

롯데로서는 한 경기 아쉬운 패배를 당한 것이 아니다. 샘슨의 부상 정도가 걱정이고, 노경은을 불펜으로 활용하려던 허 감독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다. 역전 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김원중이 충격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날 것인지도 우려스럽다.

마운드 운영이 꼬여버린 롯데는 22일 SK전에 4경기 선발 등판에서 한 번도 못 이기고 2패, 평균자책점 8.38을 기록한 좌완 장원삼을 다시 선발투수로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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