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에 대한 민주주의의 간섭, 재산권 침해 등 딜레마
   
▲ 김규태 미디어펜 재산권센터 간사

자본주의의 속성

우리는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는 인류 역사 가운데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체제이면서 다른 체제와 비교해 모순이 가장 적다. 자본주의와 타 체제의 가장 큰 차이는 재산권이다. 재산권은 타인의 생활이나 생명을 지배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자본주의는 재산의 사유를 통하여, 즉 재산을 국가만이 아닌 수많은 소유자가 갖게 함으로써 국민을 국가 통제로부터 벗어나게 만든다. 이를 통해 권력을 국민에게 분산시키고 국민의 자유를 증대시킨다. 소수의 권력자가 국민 생활을 좌지우지 못하게 된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시장 곳곳에 있지만 도둑들이 제멋대로 가져가지 못하는 것은 소유권이 이미 명확하기 때문이다. 재산권은 우리네 삶을 규정짓는 자연스런 잣대이다.

반대로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공산국가에서는 지도자들이 식량으로 국민을 통제했다. 국민은 국가배급에 목숨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사유재산이 부재한 경우, 인간의 이기심은 파괴적인 방향으로 표출되었다. 지난 20세기 실패로 끝난 70년간의 사회주의 실험, 북한의 피폐한 경제, 도처에서 목격되는 ‘공유의 비극’이 그 예이다.

   
▲ 왜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하고 혁명만 반복되는 것일까.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그 답을 자본주의에서 찾는다. 사유재산,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불안정하고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담보되지 않는 민주화란 허상이라고 지적한다. 그림은 스토리 시장경제 제2권 '정의로운 체제 자본주의'에서 발췌. 

재산권에 대한 침해

그런데 재산권 침해는, 두 가지 유형, 즉 범죄 행위와 정부에 의한 간섭이라는 형태로 나뉜다. 그런데 정부가 간섭하는 형태가 될 경우, 정부의 재산권 침해행위는 사람들에게 합법적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피해자는 그러한 사태에 항거하여 자신을 합법적으로 방어하지 못하게 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한스 헤르만 호페는 이와 관련하여 “정부라는 제도적 간섭에 의하여 재산권이 지속적으로 침해될 경우 문제는 근본적으로 달라지며 문명의 과정은 지속적으로 탈선하게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재산권 침해는 여러 양상으로 나타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재산권 보장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사학 등 민간교육재산에 대한 자유와 권리는 정부에 빼앗긴지 오래이다. 의료행위 가격은 공무원들이 매긴다. 그린벨트 및 도시미집행시설 등 규제수용에 따른 보상에 대해 국가는 나몰라 식이다. 개인에 대한 상속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기업 경영권 및 승계를 부정하는 온갖 법규는 여전하다. 임대인 임차인의 각 권리에 대한 코걸이식 제도는 재산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 우리나라는 헌법 23조의 1항과 3항으로 재산권을 보호한다. 1항을 통하여 재산권 보장을 선언하고 있으며, 공익 등 피치 못한 사유로 이를 침해할 때에는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3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만났을 때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만났을 경우 문제는 더욱 불거진다. 현대 민주주의 대의민주제는 1인1표제를 통해 대리인을 선출한다. 대리인들은 관료집단과 함께 ▶국가의 강제적 독점 상태를 규정하고 ▶둘째, 조세를 통해 축적한 공적자금의 사용을 결정한다.

우선 모든 형태의 독점주의가 소비자에게 나쁘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국가는 자국의 헌법과 관계없이 경제적이든 윤리적이든 결함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정부가 비대해질수록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타격을 받기 마련이다. 독점 대기업을 규제하는 정부기구 자체도 독점기구인데, 민간부문의 독점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부문의 독점이 증가해야 하므로 경제 전체로 보면 독점이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조세로 운용되는 정부재정의 비중이 커질수록 시장경제의 몫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이러한 점에서 민주주의는 승리한 적이 없다. 과거 구소련 공산국가들의 붕괴는 민주주의의 승리를 입증했다기보다 사회주의 이념의 파산을 선고한 것이었다.

한편 조세는 합법적 강탈이다. 정부의 보호와 공공재 공급을 명분으로 삼아 국민들로부터 합법적으로 돈을 뜯어낸다. 공권력이라는 강제력이 있으니 노상강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라이샌더 스푸너는 “정부의 재산권 침해는 강탈행위이며, 이는 노상강도보다 훨씬 더 비겁하고 수치스러운 행위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세 혜택과 부담의 딜레마

문제는 “민주주의 과정에서 선출된 대리인들이 조세를 통해 축적된 공적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관하여 결정한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결합체제에서 가장 큰 모순과 갈등을 야기한다. 조세를 창출해내는 원천인 자본주의 체제는 1원1표의 원리로 돌아가는 시장경제 자체인 반면,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를 뜻하는 정치체제로서 1인1표 원리로 작동한다.

이처럼 민주주의는 조세부담자와 수혜자가 불일치하다는 모순을 타고 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전체 법인세의 86%는 상위 1% 대기업이, 근로소득세의 85%는 상위 소득자 12%가 부담하고 있다.

대의민주제라는 이러한 틀, 다수의 의사로 결정되는 현재의 선거구조 속에서 정치인들은 경쟁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조세를 부담하는 국민들과 조세의 혜택을 입는 국민들이 불일치하다는 모순을 고려할까.

   
▲ 정치인들은 오로지 재선, 당선을 위해 움직인다. 이는 그들을 움직이는 가장 주요한 동기이다. 지난 7월 중간선거로 열린 재보선에서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도 지역민들의 표심을 잡는 지역개발 공약, 일명 '황제공약'으로 인해 결정적으로 승리했다는 분석이 많다. 

아니다.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하여 행동한다. 인간은 이기적이며 그들도 인간이다. 서울 지역 유권자들은 다소 옅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지역구 주민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지역개발, 지역발전이다. 우리 지역이 보다 더 잘 살아야 하고 다른 지역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선거에 출마한 거의 모든 정치인들은 지역개발을 부르짖는다.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교육감들이 예산부족의 책임을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 돌리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아연실색하게 다가오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맺으며

다수의 지배를 뜻하는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사유재산(사적 소유와 그에 따른 사적 지배)과 양립할 수 없다. 사유재산은 자본주의의 근원이다. 결국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로 인해 계속 훼손되어 왔다. 이제는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시장경제 자본주의이다. 스스로의 번영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금의 민주주의를 수정해야 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인해 시장경제의 자유와 사유재산 권리는 여러모로 침해되어 왔다. 이제는 민주주의가 제한되어야 할 시점이다. /김규태 미디어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