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기업 코로나 극복 '감세'...부동산·고소득층·암호화폐엔 '세금 폭탄'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부가 22일 내놓은 세법 개정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족한 세수와 빈 나라 '곳간 보충'에 초점이 맞춰졌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서민과 기업에는 '감세'로 경제활성화를 꾀하고자 세액공제 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특히 대기업에 대해서도 '한시적 감세 기조'를 이어갔다.

반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인상하고, 주택 보유세 부담을 큰 폭으로 강화했으며, 그동안 '과세 사각지대'에 있었던 암호화폐 거래 소득이나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 체계도 손질했다.

   
▲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사진=미디어펜]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안이 조세중립적으로 설계돼 증세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부족해진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초고소득자, 다주택자 등 특정 대상을 겨냥해 '핀셋 증세'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 인상, 투자세액공제, '개미' 지원 

정부는 일단 국민과 기업 다수에게는 세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서민들의 체감도가 가장 높은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 한도를 한시적으로 30만원 인상한 게 대표적이다. 

또 전기자동차 개별소비세는 2년 더 감면해주고, 신용카드매출전표 등 증빙자료가 없어도 인정해주는 소액접대비 금액 한도는 높인다.

기업에 대해서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시설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전면 개편, 올 하반기부터 적용하는데, 직전 3년 평균보다 투자를 늘리면 증가분에 대해 기업 규모별로 4∼13%의 높은 공제율을 적용한다.

아울러 내년부터 부가가치세를 면제받거나 간이과세자 혜택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가 57만명 늘리기로 하고, 중소기업 소득·법인세 특별세액감면 적용 기한도 2022년 말까지 연장했다.

논란이 됐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97.5%의 '개미'들을 제외하고, 증권거래세는 내년 0.02%포인트, 2023년에 0.08%포인트 인하해 최종적으로 0.15%로 줄여준다.  

반면, 소득세에 '10억원 초과'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 기존에는 5억원을 넘는 과표구간에 세율 42%를 적용했는데 앞으로는 5억~10억원 구간에는 42%를, 10억원을 넘으면 45%를 적용키로 했다.

과표가 10억원을 넘으면 세율이 3%포인트 오르는데, 초고소득자 1만 6000명의 소득세가 총 9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부동산 관련 세제도 기존에 발표했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취득세 대폭 강화가 그대로다.

이와 함께 내년 10월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거래해 연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면, 해당 소득 중 20%를 세금으로 내야 하며,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은 내년부터 궐련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다.

◇ 주식 과세·종부세 강화·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세금 폭탄'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2021~2025년 5년 동안 세수가 총 676억원 증가할 것으로 본다.

주요 세수 증가 요인은 ▲ 주식 양도소득 과세 확대(+1조 5000억원) ▲ 종합부동산세율 인상(+9000억원) ▲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9000억원) 등이다.

소수 초고소득자와 다주택 또는 고가 주택 소유자들이 '세금 폭탄'을 맞게 된 것.

연 5000만원 이상 주식투자이익 과세 대상은 15만명(주식투자자 상위 2.5%),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대상은 1만 6000명,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는 51만 1000명(작년 기준. 다주택자 20여만명 포함)이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펼친 대규모 세금 감면 등으로 텅 빈 곳간을, 고소득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인상으로 메우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대폭 줄어들고,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향후 5년간 서민·중산층(중위소득의 150% 이하·총급여 7000만원 이하)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이 1조 7688억원 줄어들고, 고소득층은 최소 1조 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 정부 "5년간 세수효과 676억원, 조세중립적"…전문가 "부자 증세" 

그러나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은 증세가 아닌 '조세중립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로서는 거의 조세중립적으로 세법개정안을 마련하고자 했으며, 실제 300조원에 이르는 국세 수입 규모에 비해 세수 효과가 2021년 +54억원, 2021∼2025년 5년간 +676억원에 불과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세 요소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12·16 대책으로 1주택자의 세 부담도 늘어날 텐데, 조세중립적으로 설계했다는 정부 설명은 상당수 국민의 체감과 다르다"며 "소득세 최고세율은 2017년에 이어 올해도 올렸는데, 각국이 소득세 최고세율을 내리는 추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이미 소득세수 상당부분을 부담하는 고소득층에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며 "대상자가 적어서 조세 저항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민, 중소기업, 일자리 관련 세제 지원을 확충했고 ,줄어든 세수를 메우기 위해선 부자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종부세, 암호화폐 과세 강화는 일종의 '조세 형평'이며,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도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