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체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포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를 당한 사건과 관련해 고소인(피해자)측이 22일 2차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자는 4년이 넘는 동안 성고충 전보 요청을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들에게 말해왔다"며 "그러나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체계는 침묵을 유지하게 만드는 위력적 구조였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고소인측은 이날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언급하면서, 앞서 서울시가 제안한 민관합동조사단에 공식적으로 불참을 선언했다.

서울시는 이날 고소인측의 2차 기자회견 후 결국 조사단 구성 방침을 철회하고 향후 피해자측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면 인권위 조사에 협조하기로 했다.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가운데, 앞으로 서울시 비서실 전현직 간부 다수가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전직 여비서 A씨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7월 13일 오후 열린 1차 기자회견에서 휴대전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사진=YTN 캡처
고소인 전직 여비서 A씨를 돕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며 "이러한 위력적 구조가 바뀔 지 확신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울시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게 될 직원들이 내부 조사에서 진실된 응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고충을 호소하는 A씨에게 인사담당자는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하도록 해 줄테니 다시 비서로 와달라', '시장에게 직접 허락을 받아라', '예뻐서 그랬겠지'라고 대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만약 이같은 점이 인정된다면 추행 방조 혐의가 성립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추가 증거 제시와 관련해 이날 "증거를 공개해야 피해자가 덜 공격받을 수 있다는 말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피해자 증거자료는 수사기관에 제출했고 추가 확보 자료도 수사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구체적 피해를 말하면 그것을 이유로, 구체적인 내역을 제시하지 않으면 또 그것을 이유로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피해자에 대한 책임 전가이자,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날 "피해자 지원단체와 법률대리인은 이 사건에 대해 서울시 자체 조사가 아니라 외부 국가기관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긴급브리핑을 열고 "피해자 지원단체가 서울시 진상규명 조사단 불참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합동조사단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서울시는 피해자 지원 단체의 진상규명 조사단 참여 거부에 유감을 표하며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조사를 의뢰할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