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전원 귀국은 사실상 어려움 많아…정부차원에서 긴밀한 국가적 협상 필요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외에서 코로나19 감염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됨에 따라 이들 현장의 근로자 귀국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 국내 한 건설사가 시공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자료=미디어펜


근로자의 건강을 고려하면 빠른 귀국이 맞지만, 발주처와의 계약 문제 및 해당국의 외부 이동 불가 조치 등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공사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 중남부도시 옴스크에서 근무해온 국내 D건설사의 차장급 직원 A(40)씨가 지난 20일(현지 시간) 현지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숨을 거뒀다.  

가족과 함께 현지 파견 근무 중이던 40대 초반의 이 직원은 앞서 이달 10일쯤 고열·폐렴 증상으로 현지 병원을 찾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던 중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직원 외에 D 건설사의 다른 직원 7명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2명은 입원 중이고 다른 5명은 경미한 증상으로 자가치료 중이거나 이미 완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내 건설사들이 함께 추진 중이던 이라크 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데 이어 러시아 현장에서까지 확진 및 사망자가 나와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최근 H건설과 G건설, S건설 등 국내 다수 건설사가 공동으로 진행 중인 이라크 카르발라 공사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코로나19에 확진판정을 받았고, 이어 한국인 근로자 34명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지난달 말에는 이라크 비스미야 신도시 건설 현장으로 파견 나간 H건설의 협력업체 직원이 의심 증상을 보이다 숨지기도 했다. 

이라크와 러시아 등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이들 현장에 있는 한국 국적 근로자를 귀국시키기로 했다. 

지난 22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집단 감염으로 번지고 있는 이라크 등 해외건설 현장 한국 국적 근로자의 귀국을 위해 군용기를 띄우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오늘 혹은 내일 중으로 이라크 카르발라 건설 현장 등 확진 추세가 가파른 지역으로 한국인 근로자 귀국을 위한 군용기가 투입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단순히 해외 근로자들의 국내 이송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남은 인력을 전부 국내로 데려오면 사실상 현장 철수나 다름없이 때문이다. 

이 경우 발주처와의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등의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공기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불가피하다. 공사가 중단되면 수금이 늦어져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증권가에서도 해외 현장을 보유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부분 해외 현장의 매출 지연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단순히 근로자의 귀국으로 현장 철수만 내릴 게 아니고 이후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건설사들이 진출한 국가와 외교적 협상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현장 철수를 불가항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다면 공기지연에 따른 피해를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기업 275개사는 전세계 80개국에서 269건의 사업을 따내 수주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난 161억4000만달러(19조2695억여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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