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공개……수군 일상·인명희생 다뤄
   
▲ 태안 신진도 고가 벽지에서 발견된 한시 [사진=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충남 태안의 옛 조선시대 수군 주둔지인 안흥진성 인근 신진도에 있는 고가(古家)에서, 수군진촌(水軍鎭村, 수군이 주둔한 마을)의 역사와 서정을 느낄 수 있는 다수의 한시(漢詩)들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6월 진신도의 한 고가에서 조선 수군 명단이 적힌 군적부(軍籍簿)를 확인한 이후, 함께 발견한 한시 3편과 최근 벽지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찾은 여러 편의 한시 중, 일부를 공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한시들 중에는 안흥진 수군의 조운선 호송과정에서 발생한 인명의 희생을 다룬 시가 있다.

당나라 시인 왕유(699∼759)의 오언절구 한시 '조명간'(鳥鳴澗)에서 형식과 내용을 빌려 쓴 시로, '사람이 계수나무꽃 떨어지듯 하여, 밤은 깊은데 춘산도 적막하다'(人間桂花落 夜靜春山空)라고 표현, 수많은 인명이 바다에 빠져 희생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실제 조선시대 승정원일기에는 '안흥량을 왕래하는 선박 중 뒤집혀 침몰하는 것이 10척 중 7∼8척에 이르고, 1년에 침몰하는 것이 적어도 20척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바람을 만나 사고가 많으면 40∼50척에 이른다'(1667년인 현종 8년 윤 4월조)라는 기록이 있어, 이 지역에서 해난 사고가 빈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양문화재연구소는 "사고가 많은 해역 특성상, 이 고가의 벽지에서는 '무량수각'(無量壽閣, 영원한 생명을 기원하는 건물)이란 문구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한시 중 '문신설개연사방현사다귀지'(聞新設開宴四方賢士多歸之, 새로 짓고 잔치를 베푼다는 소식을 듣고 사방에서 선비들이 모였다는 뜻)란 제목의 시는 1843년 7월 신진도 안흥진 수군의 관가(官家)를 건축한 이듬해 첨사(僉使) 조진달이 잔치를 베풀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황맥타양출가가'(黃麥打麥+羊出家家, 집마다 찰보리를 타작해 거두어 간다는 뜻)가 있다. 

'군포를 내라는 조칙이 있는데도, 갑자기 지난밤 보리를 보내어 왔구나'(布詔行令曾如此 忽然昨夜麥秋至)란 구절이 있어, 이 가옥이 군포(軍布)나 곡식을 관리하는 곳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해양문화재연구소는 "고가의 벽지 해체 과정에서 한시로 추정되는 것들이 다수 발견됐지만, 조각조각 나뉘어 있어 아직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것만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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