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1표 대의민주주의 포퓰리즘 치부하기엔 너무 큰 정치실패 야기
   
▲ 김규태 미디어펜 재산권센터 간사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약탈의 심리

사람의 심리에는 재산에 대한 관심과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당연한 모습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각자의 재산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타인의 재산은 자신의 것과 달리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고 여기지 않기 일쑤다. 이는 ‘약탈의 심리’이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약탈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세금 인상에 대해서는 58%가 반대(29% 찬성)한다. 복지부문의 세금을 납부할 의사는 50%가 없다(39%는 납부의사 있음)고 답한다. 복지증세 방식에 대한 설문결과는 더 뚜렷하다. 부자 소득세를 인상해서 복지증세하자는 이들이 43%,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인상하자는 이들이 40%에 달한다. 모든 이가 공평하게 부담하는 부가세를 인상하자는 의견은 10%에 불과했다.

약탈의 심리에 머리 숙이는 정치인들

유권자들이 정치소비자로서 갖고 있는 이러한 ‘약탈의 심리’에 영민하게 반응하는 정치인들은 자연스레 경제민주화를 표방하게 되었다. 무상복지 열풍으로 당선된 교육감 단체장 등 무수히 많은 정치인들, 연간복지예산 150조 대 80조원의 허위공약으로 지난 2012년 맞붙었던 문재인 박근혜 대선후보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중도표를 하나라도 얻고자 하는 그들에게는 합리적 선택이었다.

결국 기회주의 지식인들의 동조와 대중의 무지 위에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상생경제, 사회적경제는 시대의 모토로 자리 잡았다.

   
▲ 지난 2012년 대선 후보로 나섰던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 연간 정부예산은 350조원이다. 그런데 그들은 선거기간 동안 각각 80조원, 150조원이라는 복지예산이 소요되는 공약으로 정책 대결에 나섰다. 

현재의 한국정치는 소비자권리가 침해됨과 동시에 시장의 공급자가 다른 공급자를 박해하고, 특정 이익집단이나 일부 지역에게만 혜택을 부여하는 칸막이제도가 난무하는 실정이다. 국회와 중앙정부 지방정부 모두 법률 재개정을 통하여 약탈의 합법화를 꾀하고 있다. 오히려 개인의 지대추구에 몰두하는 일부 관료들은 애교로 보일 정도이다.

국가가 복지라는 명분으로 자립할 수 없는 노약자 장애인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더라도, 이는 다른 국민의 재산을 거두어 이를 통해 선심을 베푸는 것이기 때문에 이 역시 진정한 의미의 자선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합법적 약탈을 통한 분배라는 점에서 위선의 극치이다.

공짜로 얻은 투표권, 우리나라 정치실패의 근원

고대의 군주제처럼 국가가 모든 생산자원을 소유한 곳에서 개인이나 가족은 자신의 자유를 행사할 수단이 없었다. 경제적으로 국가의 권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지의 사적 소유와 이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제가 고대 그리스, 특히 아테네에서 탄생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테네는 독립적 농민에 의해 세워지고 통치된 도시국가로 이들은 경제와 군대의 주축을 이루었다.

근대민주제의 상당 부분이 중세 도시자치제로부터 시작했다는 사실 또한 우연이 아니다. 이들 자치도시에서 무역과 제조업은 강력한 중산층을 탄생시켰으며, 이들은 자신의 재산을 자유의 일부분으로 여겼다. 이러한 경험에서부터 자유와 권리에 대한 근대적 개념이 태동했고 이후 서양에서는 200년의 세월을 거쳐 민주주의가 정착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66년 전 갑작스레 대의민주제가 이뤄졌다. 1948년 정부 수립 전 이루어진 총선거를 통해 시민들은 어떠한 희생이나 대가를 치르지 않고 투표권을 거저 얻었다. 약탈의 심리가 횡행하는 우리나라의 정치실패 현상은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는지도 모른다.

   
▲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당시의 사진. 제헌국회를 구성할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는 당시 5월 10일에 열렸다. 

민주주의는 약탈의 도구로 전락, 정치실패 야기

민주주의는 선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한 지배를 뜻하는 정치체제를 의미할 뿐이다. 가치중립적이며, 군주제와 가장 대비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약탈의 합법화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지금의 대의제는 포퓰리즘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큰 정치실패를 야기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대의제는 그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며, 현재의 우리들은 민주주의의 타락을 목도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가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다. 1인1표제의 근본적인 결점은 최대한 개선되어야 한다. 정치제도는 개인의 자유와 사적 소유를 중시함과 동시에 개인들의 정직, 책임, 교환,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는 구체적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작은 정부’를 통한 관의 영역 최소화, 다양한 대안정당 간의 자유로운 경쟁이다.

18세기 스코틀랜드 계몽운동의 대표 인물이던 데이비드 흄은 모든 사람이 최대한으로 자유를 누리기 위한 자연의 근본원리 3가지를 제시하였다. 소유의 안정성, 동의에 의한 양도, 계약의 수행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민주주의로 인한 정치실패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준칙이다. /김규태 미디어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