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청문회? "임명 의지 뚜렷"
"내 편 챙기기 달인들의 철면피" "깜깜이 청문회"
[미디어펜=손혜정 기자]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7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가운데, 야당에서는 청문회 결과는 사실상 이미 정해져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후보자 청문회를 앞둔 지난 26일 국회 정보위원회 미래통합당 간사를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은 "증인 한 명도 없는 깜깜이 청문회"라며 "독재시대의 청문회가 됐다"고 맹비판했다.

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 후보자가 국정원장이 될 자격이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10명의 증인을 신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거부했다"며 "그나마 합의한 증인 1명도 출석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사진=연합뉴스

하 의원이 언급한 1명의 증인은 박 후보자에게 5000만원을 빌려주고 5년 동안 돌려 받지 않은 고액의 후원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통합당 측은 박 후보자가 재산을 취득한 과정과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과정, 부정학위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이건수 동아일렉콤 사장과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 최도성 광주교대 총장, 최정민 전직 영화배우, 김경재 전 국회의원, 김수복 단국대총장 등 증인 10명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증인채택을 모두 거부했다.

지난 25일에도 통합당 정보위원들은 "정당한 이유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후보자로 인해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청문회 바로 전날 자료를 주겠다는 의미는 검토할 시간을 안 주겠다는 것이며 청문회를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인사청문회법 제7조는 청문회 시작 48시간 전까지 관련 요청 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박 후보자가 청문회법을 위반해 청문회를 사실상 무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통합당 위원들은 박 후보자 청문회 연기를 강력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 의원은 "민주당은 4대 주요 의혹들 증인들을 모두 차단했다"며 "독재란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는 데서 출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대 의혹은 ▲학력 위조 의혹, ▲군대 복무 중이면서 대학교를 다녔다는 황제복무 의혹, ▲전직 여성 영화배우에 대한 청부살인 의혹, ▲불법비자금과 정치자금 등을 가리킨다.

이에 일각에선 박 후보자 청문회는 '답정청(답이 정해져 있는 청문회)'이라는 조롱 섞인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미 드러난 것만으로도 비판의 소지가 충분하지만 통합당이 '큰 한 방'을 준비하더라도 청문회 내용과는 상관없이 박 후보자는 어차피 임명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정부여당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의지가 뚜렷하고 보고서 채택도 무난할 것으로 보여 임명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후보자 청문회 전에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답정청'은 23차례 진행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23명에 달하는 장관급 인사들이 야당의 강력 반대로 인사청문회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임명은 결국 강행됐던 것이다.

지난 24일에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지만 통합당 소속 위원들이 불참한 과정에서 의결된 것이다. 통합당 측은 이 후보자로부터 '아들 군 면제 의혹과 관련한 병무청 자료'를 제출받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했으며 '부적격하다'는 채택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국론 분열을 일으켰던 조국 전 장관 청문회도 사모펀드 투자 문제와 자녀 특혜 의혹 등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을 밀어붙인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임명 35일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청문회에 대한 의미를 모르겠다"라며 "이럴 거면 정부여당 독단으로 청문회를 프리패스하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야당을 '들러리' 삼은 청문회 '형식'으로 '답정청'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이다.

이와 함께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미디어펜'에 박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 본다"고 분석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본인들이 세운 고위 공직자 임용 7대 원칙도 스스로 지키지 않는 형국인데 야당으로서는 불가항력이고 정부여당 측은 압도적인 의석 수와 '내 편 챙기기' 달인들의 철면피"라고 강력 비판했다.

장 소장은 그러면서 "미국처럼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 이원화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도덕적인 결격사유가 발견되면 1차 탈락 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당은 그럼에도 청문회에 참여해야 하고 불참하면 일방적인 해명의 판을 깔아주게 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여당이 무리수를 강행하는 것은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아서이고 결국 야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더 분발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이번 청문회가 통합당이 대여 반격에 나설 수 있는 호기라고 전망했다. 그는 "친북 논란, 학사 위조 논란, 정치개입 가능성 등에 대한 공격으로 야당의 존재감은 한껏 부각될 수밖에 없는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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