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리한 수사 인정하고 기소 중단하라는 국민명령 수용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이 임박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한 지 한달이 넘었지만 검찰 수뇌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 검사의 입장이 워낙 완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안팎에서는 늦어도 7월 말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추미애 법무장관과 이성윤 중앙지검장을 한 패로 하는 문재인 정부 진영과 윤석열 검찰총장, 한동훈 검사장  등을 다른 한 패로 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진영이 대립하는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가 복잡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검찰 인사 시즌이 겹쳐 간부 인사가 마무리되는 8월초가 되어야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부장검사가 이끄는 경제범죄형사부는 일단 기소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부회장은 수사심의위의 기소 중단 권고 결정 소식을 듣고 "이런 일도 일어나는 군요"라며 반겼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이재용 부회장도 모처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바이오, 자율주행전장 등 성장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담은 미래 비전도 선포하고 직원들과 소탈하게 소통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도 만나 미래 차 산업 협력을 모색하는 등 이미지 개선에 애써는 모습이다. 이런 노력과는 별개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선처가 정당한 것인가를 놓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인도 불법이 있다면 당연히 처벌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기업인이라고 해서 범죄자로 몰아 과중한 처벌을 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과연 불법이었는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과연 과대평가된 것인지 선정적 언론 보도와 칼부림 같은 검찰 수사의 광풍이 지난 지금 다시 차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지나친 수사가 있었고, 과도한 처벌이 있었다는 판단을 한 것을 환기해 볼 필요가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이 임박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한 지 한달이 넘었지만 검찰 수뇌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금이라도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불기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한국인 소유가 아니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은 55%를 넘는다. 청와대의 '세상물정 모르는' 김상조 정책실장 부류가 제시하는 이른바 '주주 행동주의'에 동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마음먹고 의결권 행사에 나선다면 삼성전자의 본사를 당장 미국으로 옮길 수도 있는 구조다. 

외국인들이 한국인 대주주에게 경영을 위탁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을 잘못하면, 언제든 시장에 의해 퇴출될 수 있음을 말한다. 경영권 승계가 끝났다는 논리에도 비약이 있다. 삼성의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은, 식물인간 상태이긴 해도 생존해 있다. 

머지않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부인과 자녀들에 대한 상속문제가 다시 한번 가시화될 것이다. 이 때 어떠한 불법도 용인해서는 안될 것이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도 있다. 상장회사를 물려받을 때 6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집단 지성, 지혜의 발휘가 필요한 대목이다.

큰 흐름으로 볼 때 문재인 정부는 이재용 부회장을 족쇄에서 풀어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달리 반도체 수출 회복을 강조하고 시스템 반도체 운운하며 삼성전자에 대해 애정을 표현한 것이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삼성의 불법적 로비에 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글로벌 경쟁 속에서 대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방향을 선회했기를 바랄 뿐이다. 

남은 걸림돌은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보인다. 윤석열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에 이어 중앙지검장으로서 한 적폐수사에서 한동훈 검사장, 이복현 부장검사 등을 부하로 거느리며 미친듯이 칼을 휘둘렀다. 그러다가 검찰총장이 된 뒤에 문재인 대통령의 눈 밖에 나서 오히려 정권의 공격을 받고 있다. 윤석열 총장은 이제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해 봐야 한다. 자신이 주도한 수사가 과연 '환부'만을 도려내는 최적의 수사였는지를.

윤석열 사단의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수사는 법리적으로 볼 때도 무리한 것이 적지 않다. 검찰과 법원은 최순실이 정유라와 관련해 삼성으로부터 받는 돈을 모두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로 판단했다. 삼성이 승마지원 명목으로 건넨 돈은 73억원. 이 가운데 말 세 마리 가격을 빼면 36억원 정도만 남는다. 대법원은 소유권이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말 세 마리의 값을 최순실에게 삼성이 준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뇌물이 이재용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란 윤석열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돈은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이다. 삼성은 최순실에게 돈을 줬고, 최순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경제공동체'이므로 최순실에게 준 돈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준 돈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법리'가 적용됐다. 이 판결은 후일 역사의 법정에서 다시 뒤집어질 수도 있는 판결이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복현 부장검사는 역사의 법정에 다시 서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지금이라도 무리한 수사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불기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시세 조정이 있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거대 기업의 주가를 조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경제공동체 법리'뿐만이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과대평가했다는 논리 역시 다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가가 폭등해 오히려 과소평가했다는 것이 맞아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시장에서 변화하는 주식의 가치를 어느 한 시점에서 정확하게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왜 하지 않았느냐며 칼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무지의 소산이 아닐 수 없다. 

코비드19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는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른바 비대면(언택트) 경제로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대 수혜 기업은 반도체, 통신장비, 디지털, 인공지능 기업 등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도 포함이 된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이 막바지로 치닫으면서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였던 중국 화웨이가 손발이 묶이고 있다. 

우리 경제를 숨가쁘게 추적해 왔던 중국 경제도 일시적인 숨고르기가 불가피하다. 이 시점에 우리가 선택해야할 것은 국제 경쟁을 감안해 우리 기업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재용이라는 한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을 위해서 검찰은 결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필요할 때는 불러서 사진을 찍고 뒤에서는 칼로 등을 찌르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글로벌 경쟁을 감안한 미래지향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