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명 연예스포츠팀 부국장
[미디어펜=석명 기자] 개그맨 출신 방송인 유재석은 오랜 기간 '국민 MC'라 불렸다. 지금도 이 명칭은 쓰이지만, 최근 그는 이른바 '부캐'로 더욱 유명해졌다.

'부캐'는 게임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사용하던 계정이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副)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부캐'는 '본(本)캐-본래 캐릭터'와 상반되는 뜻의 신조어다.

개그맨 또는 방송인 유재석이 그의 '본캐'라면,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나 싹쓰리 멤버 유두래곤이 그의 '부캐'다.

유재석 외에 요즘 핫한 '부캐'는 같은 싹쓰리 멤버인 린다G(이효리), 비룡(비)이 대표적이다. 또한 가수 김다비이모로 더 바빠진 개그우먼 김신영, 카피츄로 기상천외한 노래를 부르며 늦깎이 인기를 누리는 개그맨 추대엽 등도 있다.

'부캐'라는 용어 자쳬야 최근 많이 쓰이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이전부터 연예계에서는 가수와 연기를 병행한다거나('연기돌'), 개그맨이 가수('개가수') 또는 배우('개텔맨')로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지금도 많다. 가수 아이유와 배우 이지은도 본캐와 부캐 모두 성공한 케이스다.

   
▲ 사진=MBC '놀면 뭐하니?' 공식 SNS

다시 유재석 얘기로 돌아가 보자. 유재석의 '부캐'는 '놀면 뭐하니?'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다. 첫 방송 당시만 해도 명확한 콘셉트 없이 유재석을 앞세워 시험적인 내용으로 끌고가던 이 프로그램에서 '부캐' 시도가 관심과 인기를 모으면서 제작진은 본격적으로 유재석 '부캐'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유고스타-유산슬-라섹-유르페우스-유DJ뽕디스파뤼-닭터유를 거쳐 유두래곤에 이르는 다양한 '부캐'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유니버스(유재석 세상)'가 구축된 것이다.

유재석의 부캐 성공사례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연예인, 일반인 포함)이 '나의 부캐는?'을 두고 고민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지만, 내게 다른 감춰진 능력은 없을까. '본캐'에서는 성공을 못했지만 '부캐'로는 성공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해봤을 법하다.

하지만, 자신의 '부캐'를 고민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유재석의 '부캐'가 그냥 아이디어 하나로 만들어진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유재석이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탄생하기까지 많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예능 고수인 김태호 PD와 제작진이 좋은 기획을 하고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틀을 잡았다. 작곡-작사-편곡 등에 업계 전문가들이 대거 투입됐다. 물론 유재석 본인의 노력도 빠지지 않았다. 무대에 올라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래 연습에 땀을 흘렸다. 이번 여름을 강타하고 있는 신인 혼성그룹 싹쓰리와 유두래곤의 탄생 과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덧붙이자면, 유재석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있다. 오랜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문제가 될 만한 일이 전혀 없었다. 출연자와 시청자들을 두루 편안하게 만드는 MC로서의 진행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적잖은 나이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로 체력을 유지하고, 세대를 관통하며 소통하기 위해 시사나 교양 등의 지식 습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각 방송사 예능 대상을 유재석만큼 많이 받은 사람도 없다. 뿐만 아니라 기부 활동 등을 꾸준히 하며 평소 선한 영향력도 행사해왔다.

유재석 개인을 치켜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부캐'가 성공하려면 '본캐'부터 탄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대한민국 법무를 총괄하는 수장이 '본캐' 업무에 충실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텐데, 부동산 문제에 훈수를 두며 준비 안된 '부캐'까지 관심을 보인 일이 있었다. 이도 저도 안될 일이다.

나의 '부캐'는 없는지 고민하기 전에, '본캐'에 얼마나 열정을 쏟아부었는지부터 성찰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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