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회장, 아들 조현범에 주식 전부 매도
30일 가정법원에 한정후견 개시심판 청구
조희경 이사장 측 "평소 신념과 다른 결정"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이 '부친의 주식 승계 과정이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인지 객관적 판단을 받고 싶다'며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30일 관련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조희경 이사장은 이날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접수했다. 현재 재판부는 미배당된 상태다.

   
▲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전경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성년후견 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이 중 한정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태가 인정돼 일부분에 대해 후견인의 도움을 받게 하는 것이다.

앞서 조양래 회장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자신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2194만2693주)를 차남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에게 매각했다. 이는 약 2400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조 사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포함해 총 42.9% 지분을 보유하게 됐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이끌 3세 경영자로 낙점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조희경 이사장 측은 "그동안 조양래 회장이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며 많은 분이 놀라고 당혹스러워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결정들이 조양래 회장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평소 조양래 회장의 신념을 지키고 더 많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객관적 판단을 받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양래 회장은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 전부를 매각했는데, 그 직전까지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면서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의 운영방안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기업의 승계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회사와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기업 총수의 노령과 판단능력 부족을 이용해 밀실에서 몰래 이뤄지는 관행이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희경 이사장 측은 "잘못된 판단으로 수십 년간 이끌고 성장해 온 그룹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잘못된 의사 결정은 기업의 가치 존속과 기업에 근무하는 수만명 근로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쳐 조양래 회장에 대한 신상보호와 재산관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조양래 회장의 후견인 후보자로 법원에서 선임한 공정하고 능력 있는 제3자가 선임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조희견 이사장 측은 성년후견인 대상자를 따로 지목하지는 않았다면서 법원의 선임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조양래 회장이 더 이상 분쟁에 휩싸이지 않게 하고, 한국타이어가 우리 사회를 위해 건강한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고 싶은 마음에 이 사건 청구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만약 법원이 조양래 회장이 질병, 노령 등의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경우 한정후견인이 선임된다. 조양래 회장 측은 이에 불복해 항고할 수 있고, 이 경우 후견인 업무는 정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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