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인양비에 기술력도 의문…정부 책임만 묻는 건 시간낭비
   
▲ 김규태 미디어펜 재산권센터 간사

세월호에 대한 단상

세월호 수중 수색이 종료되었다. 세월호 사망자들과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모든 의사자들의 명복을 빈다. 세월호 탑승자 중 사망자 295명의 시신은 수습되었지만 아직 9구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200여일이 넘는 수중 수색으로 민간인 잠수사 2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에 투입된 비용은 피해자 가족 지원, 구조 작업, 진도 어민 지원 및 피해업계 융자 등을 포함해 3,396억원에 달한다. 추후 인양에 들어갈 비용은 영국 해양구난 컨설팅업체 및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최소 2천억 원에서 4천억 원에 이른다. 인양 기간은 최소 10개월에서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참고로 지난 2012년 침몰한 이탈리아의 여객선 콩코르디아호는 20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를 들여 침몰 2년 6개월 만에 인양된 바 있다.

세월호 비용은 누가 내야 할까

문제는 청해진해운에게 세월호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청해진해운의 자산은 330억원인데, 이 중 선박이 240억원이다. 침몰한 세월호를 제외한 나머지 선박의 가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청해진해운이 보유한 토지의 장부가액도 7억여원에 불과하다. 보험금 지급액은 114억원이지만, 최근 1심 판결로 인하여 청해진해운의 과실이 드러난 이상, 보험사에게는 이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유병언 일가로부터 압류, 환수할 수 있는 재산도 사실상 제로이다. 정부가 유병언 일가로부터 압류한 재산은 약 3,923억원이지만 이는 상당 부분 중복되어 실제 추징 가능한 금액은 1,609억원이다. 그런데 금융권에서 압류재산에 대한 선순위채권을 2천억 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추징 가능 금액 전부는 금융권이 우선적으로 변제 받게 된다. 정부가 유병언 일가로부터 압류해서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산은 없는 것이다. 세월호 관련 비용은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 광주지법 1심에서 사고의 원인과 실체가 드러난 세월호 사고. 세월호의 선장인 이준석 씨는 36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세월호 인양에 관하여

현재의 세월호 이슈는 인양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다. 그런데 인양 작업을 직접 수행해야 하는 잠수사들 입장에서, 인양 환경은 불가능에 가깝다. 겨울철을 맞아 떨어진 수온, 47m라는 수심과 더불어, 세월호가 가라앉아 있는 맹골수역은 국제 기준에서 사실상 잠수하면 안 되는 평균 7노트에 가까운 유속이다. 인양해야 한다는 세월호부터 청해진해운의 불법개조 불법증축으로 인해 선체 구조가 약하다. 지난 7개월 간 해저에 있음으로 해서 선체노후화가 상당부분 진행되기도 했다. 기술적으로 물리적으로 인양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세월호를 인양할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다. 화물이든 고철이든 세월호 인양의 경제적 가치는 전무하다. 수습하지 못한 9구의 시신은 이미 매몰 혹은 유실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최소 2천억 원에서 4천억 원까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양의 가치는, 이 9구 시신의 유실을 확인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세월호 침몰의 실체적 진실은 이미 법원에서 모두 가려졌다. 1심을 판결 내린 광주지법에서 검토했던 준비서면 및 증거자료의 분량은 2만 페이지에 달했다고 한다.

인양을 둘러싼 여론은 사납다. 나라 기둥이 뽑히니 인양은 유가족들 돈으로 하라는 소리부터 시작해서 세월호 유족을 집단 이기주의 시체팔이로 치부하기도 한다. 잠수부들은 당신네들이 죽였다는 얘기까지도 확인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떻게 사람 보다 국민 보다 돈이 먼저냐”,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려면 인양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들이 나오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다.

세월호 사망자와 그 유가족만이 국민이 아니다. 구조 및 시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잠수하다 목숨을 잃은 잠수사들 또한 국민이다. 수색 작업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에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소방구조사들도 국민이다. 더 나아가 최저생계비로 판자촌에서 생활하는 노인들도 국민이며, 수많은 소년 소녀 가장들도 국민이다. 돈이 사람보다 우선이어서 인양하지 말자는 바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에 인양하지 못하는 것이다.

   
▲ 세월호 유가족 4명이 9월 25일 새민년 김현 의원과 술을 마신 후 대리기사와 행인을 폭행한 혐의로 대질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재출석했다. 

세월호와 비교되는 다른 사례들

천안함의 경우, 인양을 하기 전에는 사고원인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고 배에 폭탄이 실려 있어 해역에 그냥 두기에는 위험하기에 인양했다. 지금은 북한의 테러공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안보교육의 상징으로서 평택 2함대 전시관에 안치되어 있다.

일부 언론에서 언급하는 USS Arizona 기념관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 당시 침몰한 애리조나 전함 위에 지어진 전쟁기념관이다. 적국의 공격으로 배와 운명을 함께 해서 수장된 1200여명 장병들을 기리는 명소이다. 수몰된 장병들의 시신과 전함의 잔해 위에 콘크리트와 철근을 부어서 건설되었다.

852명이 사망, 실종되었고 시신 107구를 수습 못했던 스웨덴 에스토니아호 사고의 경우, 최초에 스웨덴 정부가 시신 인양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의 과다 발생과 작업의 위험 때문에 수색을 중지했다. 유가족들은 시신을 찾기 위해 인양을 요구했다. 스웨덴 정부는 천문학적인 인양 비용의 발생을 이유로 유가족을 설득했고, 이후 해저에 시멘트와 자갈을 부어 수상 무덤을 만들었다.

   
▲ 세월호의 침몰 모습 

세월호 성금 사용, 사태 수습에 쓰여야

향후의 세월호 이슈는 성금 1,280억원의 사용 여부와 그 내역이 될 것이다. 관건은 지난 시간 동안 소요된 세월호 관련 비용과 앞으로 들어갈 비용이다. 이제까지 세월호 참사에 투입된 비용은 피해자 가족 지원, 구조 수색 작업, 진도 어민 지원 및 피해업계 융자 등을 포함해 3,396억 원에 달한다. 앞으로 들어갈 비용은 인양이든 해상기념관 건설이든 미정이다. 얼마가 더 소요될지 모른다.

세월호 성금은 유가족들의 몫일까. 성금은 온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다. 세월호 참사를 접하고 사태 수습에 써달라고 자발적으로 낸 돈이다. 세월호 사고 수습과 피해자 및 유가족들을 지원하느라 국민의 혈세는 3,400억 원 들어갔다. 성금은 원칙적으로 사태 수습에 쓰여야 마땅하다. 사태 수습 외에 성금을 사용하려면, 이는 성금을 낸 국민의 중지를 모아서 결정해야 한다.

재판정에서 사고의 실체와 원인 모두 가려진 상황이다. 선장과 선원, 청해진해운, 유병언 일가에게 사고의 책임이 있다. 정부의 책임은 어디까지일지 반문해 본다. 다른 나라의 유사 사례들과 달리, 세월호는 가장 긴 시간을 끌어왔다. 국제기준으로 잠수가 금지된 수역 환경에서 200일 넘게 수색한 것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경우이다. 이는 누구 때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