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편중 해소 경영판단 행위 간섭은 월권, 금융의 삼성전자는 '연목구어'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금융위원회가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을 계열사로 거느린 것인가? 금융위의 요즘 행보를 보면 마치 금융지주사들의 컨트롤타워가 돼 경영까지 세세하게 간섭하는 것처럼 보인다.

권한 남용 논란은 금융위가 최근 KB금융지주의 LIG손보사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통보한 데서 불거졌다. 이번 통보는 금융산업의 발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 왜 연목구어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규제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감독당국이 금융지주사의 고유한 경영판단행위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하며 규제한다면 금융지주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

KB금융지주의 경우 KB은행비중이 전체의 80%가 넘는다. 은행비중을 줄이고, 다른 금융부문을 확장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였다. 은행 외에 보험 증권 카드 등 제2금융부분의 규모가 아직은 무척 영세하다.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보험산업이나 증권부문의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절체절명의 최우선 경영과제였다. KB금융지주가 지난해 LIG손보를 인수한 것은 은행편중을 해소하려는 포석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금융위는 KG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경쟁력강화에 대해 박수를 쳐줘야 한다. 이를 거슬러 인수를 못하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금융산업은 고객보호와 재무건전성, 금융시스템 안정 차원에서 당국의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별 금융지주사의 경영전략까지 간섭하는 것은 문제다. 금융후진을 부채질하는 나쁜 규제다.

LIG손보에 대한 금융위의 부정적 의견은 금융시장안정과 금융시스템 안정과는 별 관계가 없다. 경영진의 인수합병 등 순수한 경영판단과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다. LIG손보 인수는 전임 지주 회장시절 이사회의결 등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추진했다. 하등 문제삼을 게 없다.

금융위가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이유가 석연치 않다. 지주사가 경영진 갈등으로 문제가 많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이 은행전산시스템 교체문제로 갈등을 겪은 후 동반퇴진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전임회장 시절 이루어진 것이라서 문제가 많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갈등이 불거진 데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가 지나치게 개입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금융지배구조 참사로 평가될 것이다. 국민은행 전산 시스템을 기존 IBM 시스템으로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유지보수비가 좀 더 저렴하고 경쟁입찰이 가능한 유닉스시스템으로 갈지는 최고경영자의 경영판단 행위에 속하는 문제였다.

   
▲ 금융위원회가 최근 KB금융지주가 추진한 LIG손보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통보했다. 은행 편중을 해소하고, 보험 등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무산된 것이다. 손보사 인수는 금융시스템 안정과 관련이 없는데도 금융위가 퇴짜를 놓은 것은 월권이나 권한남용으로 비칠 수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신임회장이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더욱이 국민은행 은행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는 아직 결정이 되지 않은 사안이다. 금융지주와 은행이 협의를 하는 단계에 불과했다. 지주사와 은행이 이사회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면 될 일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과 금융위는 검찰수사를 요청하는 등 난리법석을 피웠다. 금감원이 임영록 전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도 지나쳤다.

만약 비리 등의 혐의가 있다면 금융지주및 은행 이사회와 주주들이 고발할 문제를 왜 금감원이 나섰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금융당국은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갈등문제를 탓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임전회장의 리더십을 탓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에게 무슨 비리혐의가 있다는 것인지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감독당국은 오히려 지주와 은행간의 갈등이 불거졌을 때 임전회장과 이전행장을 불러서 화해를 주선했어야 했다. 선제적인 감독을 하지 않은채, 갈등이 불거진 뒤에야 과도한 징계를 해서 감독당국에 대한 신뢰만 추락시켰다.

금융지주사가 손보사를 인수합병해서 시너지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도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은행과 손보가 시너지를 낼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경영진이 결정할 일이다. KB금융지주는 정부금융회사가 아니다. 민간 금융회사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손보사를 인수한다면 금융위가 대주주자격으로서 승인과 불허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KB금융지주를 우리금융지주와 동일한 선상에서 규제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월권이다.

금융위의 이번 부정적 의견표명으로 KB금융지주의 손보사 인수는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국은 국내 1위 은행을 거느린 KB금융지주의 경쟁력강화 노력을 최대한 지원해줘야 하는데도 오히려  어깃장을 놓고 있다.  은행편중을 해소하기위해 추진한 손보사 인수가 차질을 빚어 금융지주의 포트폴리오구축이 어려워진다면 그땐 누가 책임질 것인가? 금융지주사 설립목적이 은행편중을 해소하고, 금융의 글로벌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 아니었던가? 이번 승인 거절로 KB금융지주가 비은행부문 덩치를 키울 골든타임을 놓쳤다면 금융당국이 사후에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금융위는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인수 제동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금융산업은 감독당국의 과도한 규제와 간섭으로 아프리카 후진국금융보다 못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IT경쟁력을 활용한 금융산업의 뉴비즈니스는 감독당국의 규제로 인해 사실상 막혀있다. 중국 알리바바는 이미 '알리페이'를 통해 모바일을 통해서 손쉽게 결제를 해주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애플도 '애플페이'를 선보여 모바일금융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모바일금융 규제가 첩첩산중이다. 한때 IT선진국이었던 한국은 이제 IT후진국으로 전락했다. IT와 금융이 만나는 융합부문에선 후진성이 가장 두드러진다.

금융위는 '빅브러더'처럼 모든 것을 규제하고 감독하겠다는 발상을 접어야 한다.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선 규제본능을 내려놓아야 한다. 금융산업의 선진화방안을 아무리 내놓아도 지금처럼 규제행태를 버리지 못하면 도루묵이다. [미디어펜=이의춘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