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4개월 만에 매각 원점…채권단 체제로
기금투입·영구채 주식전환땐…사실상 국유화
분리매각, 정상화 후…새 인수자 다각도 모색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노딜 수순을 밟으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해 4월부터 1년 4개월간 공들여온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KDB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구를 거절하면서 채권단은 '플랜B'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에 멈춰 서 있는 아시아나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M&A 노딜 가능성에 대비해 유동성 지원, 영구채 주식전환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대현 KDB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지난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인수 진정성이 없는 HDC현산의 요구가 거래종결을 지연시키기 위한 꼼수로 보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M&A 불발에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매각 무산으로 자금 투입이 어려워지게 되는 만큼 유동성 지원과 영구채 주식전환 등의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산은이 계획하고 있는 지원책으로는 우선 기간산업안정자금(기안기금) 투입이 예상된다. 40조원 규모의 기안기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기금조겅에 충족하고 있다.

또 산은이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직후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이 중 5000억원은 영구채 매입에 쓰였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급격한 경영난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하기 위해 3000억원 어치의 영구채 인수도 진행됐다.

채권단이 총 8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은 36.99%로 오른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30.77%)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채권단이 최대주주 지위를 가지고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축소와 비용절감 등 구조조정을 감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채권단은 '국유화'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에 항공영업에 있어서는 독립적인 경영이 인정해 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분리매각보다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사업 연관성 등을 고려해 아시아나항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들을 모두 안고 간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업황이 정상화되고, 부채비율을 업계 평균 수준으로 낮춘 이후에야 새 주인 찾기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채권단은 다각적으로 새로운 인수주체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들이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되면 사세 위축이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영업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인력감축과 기재 반납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비수익 노선의 운수권을 반납하는 대신, 알짜 수익 노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대형항공사(FSC) 위상 약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FSC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LCC와 달리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부가적인 비용 축소를 단행하면서, 서비스 질도 낮아질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관계자는 "현산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에 (재실사를 통해) 몸값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며 "결국 2500억원 계약금을 두고 금호와 현대산업개발간의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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