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세안+3(ASEAN+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8박9일간의 다자 정상외교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는 17일 귀국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역내 주요국 정상들을 모두 만나 대화를 나눔으로써 북아 외교지형의 급변에 따른 우리나라의 외교적 고립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적으로는 대통령 취임 이후 최대 경제 이벤트로 꼽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한데 이어 한·뉴질랜드 FTA 타결도 이끌어내 우리의 경제영토를 크게 확장시켰다는 평가다.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미·중·일·러 정상과 모두 만나…외교 고립 돌파 '성과'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앞두고 북한이 억류 미국인 전원을 석방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기습 유화책을 쓰고 일본은 중국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양상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인질 석방 카드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중·일간 정상회담은 대일 외교문제 등에서 한·중간 전략적 협력 기류에 변화 가능성을 야기할 것으로 관측됐다.

여기에 최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러시아를 직접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등 북한이 또 다른 6자회담 당사국인 러시아와도 우호관계를 강화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외교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 4강국의 정상을 모두 만나는 등 활발한 외교행보를 보였다.

한·중간 협력체제를 보다 공고히 하는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중·일 정상회담으로 균열이 생긴 한·중 대일공조를 메운 것으로 평가된다.

11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약 20분간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 해결과 에볼라 바이러스 등 국제적 이슈에 대한 양국간 공조 체제를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각 국가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APEC 행사 좌석이 배치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한자리에서 대화를 나눈 것은 지난 3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이어서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등으로 냉각기를 맞고 있는 한·일 관계에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11일 APEC 정상회의 제2세션이 끝난 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짧게 환담을 나눴다. 두 정상은 최근 북한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 계획도 함께 언급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미·중·일·러 정상을 모두 만난 박 대통령은 13일 아세안+3 정상회의 중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전격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사 문제로 냉각됐던 한·중·일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있어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아가 아베 총리가 다분히 정치적 목적을 갖고 공세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한·일 정상회담 문제를 중국과 함께하는 3국 정상회담으로 풀어내 외교적 고립 우려를 말끔히 씻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 11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옌치후 국제회의센터(ICC)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세션1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박 대통령 오른쪽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뉴시스

◇중국·뉴질랜드와 FTA로 경제지평 확대…아·태 무역자유화 주도

박 대통령은 10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FTA 협상을 타결지은 데 이어 호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뉴질랜드와도 FTA를 타결하게 돼 이번 순방에서만 2개 국가와 FTA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총 52개국과 FTA를 체결하게 됐으며 북미, 유럽, 동북아에 이어 오세아니아까지 FTA 네트워크를 전 대륙으로 확장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영토도 73.45%로 확대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중국과의 FTA 타결로 우리나라는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 모두와 FTA를 체결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세계 14대 경제국 중에서는 일본, 러시아, 브라질을 제외한 11개국과 FTA로 연결된다.

1인당 GDP가 4만달러 이상으로 높은 구매력을 가진 뉴질랜드와의 FTA를 통한 수출 확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뉴질랜드가 중국·아세안 등 우리나라의 경쟁국과 FTA를 체결한 점을 감안하면 뉴질랜드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이점도 얻는다.

이에 따라 아·태지역 국가들이 강조하고 있는 무역자유화 논의에서도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TPP 협상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게 돼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게 됐다고 청와대는 평가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