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항공사들 실적 급락 가운데 유일한 흑자…임직원들 헌신 결과
'벨리 카고' 등 역발상 전략, 미래경쟁력 투자 등도 주효
"위기극복 DNA 바탕 '원팀' 역량 모아 코로나19 위기 극복"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임직원들 헌신, 값진 결과 일궈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이 잇따라 최악의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올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6일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6909억원·영업이익 1485억원·당기순이익 1624억원 등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 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전 임직원이 위기 극복을 위해 혼연일체가 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위기 속 임직원 급여 반납·휴업 등 비용 절감에 노력을 기울였다.

   
▲ 2020년 대한항공 2분기 실적./자료=대한항공


수요 유치와 항공기 운항을 위해 전 세계 각국과 오지를 가리지 않은 임직원들의 헌신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둘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탓에 전 세계 항공 여객 수요가 바닥을 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항공 화물 부문이 큰 성과를 거두며 2분기 대한항공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조원태 회장은 고효율 최신 화물기로 기단을 재편하고 화물사업 미래 경쟁력에 적극 투자하는 한편,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게 항공업계 평가다.

◇대한항공, 글로벌 주요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 기록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급락하는 여객 실적을 추스리는 한편, 화물 부문에 전사적 역량을 쏟으며 수익성 확보 통한 위기 대응에 발 벗고 나섰다.

화물 직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요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편, 보다 효율적으로 수송할 수 있도록 운항 스케줄과 항공기 운영을 고민했다. 이에 따라 방역 물품 등 적시에 수송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화물을 대거 유치해 수익성을 높이고 화물 임시 전세편 유치도 잇따라 이어졌다.

   
▲ 대한항공 격납고 내 헬멧과 주기 중인 항공기./사진=대한항공 유튜브 영상 "우리는 '대한항공'입니다" 캡처

정비 직원들도 힘을 보탰다. 화물기 가동률을 최대한 높여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철저한 정비 점검과 관리에 역량을 집중해 화물기 가동률을 전년 대비 22%까지 높였다. 운항 승무원들도 장·단거리 노선과 오지를 가리지 않고 안전운항과 정시수송을 위해 매진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여객기 운항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에서도 객실승무원·여객 직원·지원 부서의 직원들 모두 제 자리에서 고객들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방역 및 최선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했다.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상당수의 직원들이 휴업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회사의 비용절감 노력에 힘을 보탰다.

임직원들이 헌신한 결과 코로나19로 세계 항공화물 시장의 상반기 수요가 약 15%, 공급이 약 23% 감소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오히려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화물 운송실적(FTK)이 10% 이상, 2분기 기준으로는 약 17% 증가했다. 2분기 화물부문 매출도 1조225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의 6300억원 대비 약 95% 늘어났다. 그 결과 2분기 실적이 나온 전 세계 주요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실제 여객기 위주로 항공사업을 영위하던 아메리칸항공·유나이티드항공·영국항공 등은 지난 5·6월 화물 운송실적(FTK)이 전년 대비 30~45%까지 떨어졌다. 화물기를 운영하는 다른 글로벌 항공사들도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대한항공과 유사한 노선망과 화물기단을 운영 중인 캐세이퍼시픽의 경우 올해 상반기 화물운송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4% 감소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8%, 루프트한자는 약 35%까지 하락했다.

   
▲ 대한항공 여객기 소독 작업에 참여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승무원들./사진=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조원태 회장의 시장대응 전략·역발상…코로나19 위기 극복 견인차

코로나19 위기 속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고공행진에는 조원태 회장의 화물시장 대응 전략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화물 시황은 2010년대 장기 침체와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화물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조원태 회장은 보잉777F·보잉747-8F 등 최신 고효율 화물기단 구축에 힘을 보탰다.

한진그룹은 2016년 최대 30대까지 운영하던 화물기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자 했다. 그러나 조원태 당시 총괄부사장은 항공 화물시장 반등의 기회가 도래할 것으로 봤다. 화물사업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조 부사장은 화물기단 축소 폭을 줄이자고 설득했고 이를 관철시켰다.

이 같은 판단으로 대한항공의 대형 화물기단은 23대로 유지됐고, 코로나19 사태로 공급이 부족해진 항공화물 시장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은 항공화물 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섰다. 자사 보유 LA·뉴욕 등 전용 화물터미널의 처리 능력을 극대화하는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통해 시장 변동성에 대한 면역력을 키웠다. 이 외에도 화물 예약·영업·운송·수입관리 전반에 대해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신 화물시스템을 지난해부터 도입하는 등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해 투자를 지속하며 시장의 신뢰를 높여오고 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자던 '역발상 전략'도 조원태 회장의 아이디어다. 올해 3월 코로나19로 여객기들이 잇따라 공항에 발이 묶였다. 조 회장은 임원회의에서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조 회장의 장기간에 걸친 미래 경쟁력 투자와 신기재를 활용한 효율성 극대화·다양한 위기 타개 전략·시장의 신뢰가 어우러져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게 대한항공 측 입장이다.

   
▲ 보잉 787-9기 앞에서 걷고 있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사진=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위기에 강한 대한항공…'원팀(One Team)'으로 위기 극복

대한항공에게도 올해 하반기는 큰 위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더욱 어려운 경영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각국은 앞다투어 경제 성장률 기대치를 낮추고 있고, 최근에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4.9%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올해 항공화물 수요가 전년 대비 14%에서 최대 31%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의 소통과 유연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근간으로 협업과 모빌리티 업무가 가능한 업무환경을 통한 적시 대응 체계를 수립하는 것은 물론,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현장 직원들을 비롯해 회사 전체 구성원들이 원팀(One Team)으로 반드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철저한 관리로 화물기 가동률을 보다 높이는 한편, 글로벌 생산기지의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 노선에 대한 공급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여객기의 화물 전용편 공급도 추가로 확대한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여객기의 기내 수하물 보관함(Overhead Bin)을 활용해 화물을 싣고 있으며, 이어 6월부터 여객기 좌석에 항공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한 카고 시트 백(Cargo Seat Bag)을 설치해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9월 이후부터는 여객기 좌석을 떼어 내고 화물기로 이용하는 방안 등도 추진하는 등 여객기를 화물기처럼 활용하는 발상 전환을 통해 하반기에도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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