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쇼크 속 20대 신차구매 증가
법인·사업자 신규등록 10년 만에 감소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상반기 국내 완성차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글로벌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내수 자동차 소비가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중심소비층이 아니었던 20대 소비자들의 신차구입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10년 연속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던 법인과 사업자의 신차 등록은 감소세로 전환했다.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현대자동차 코나, 기아자동차 셀토스,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 XM3. /사진=미디어펜DB


1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내수 자동차 신규등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늘어난 94만8000여 대에 달했다. 코로나19 악재에도 정부 수요 부양책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다양한 신차 출시도 잠재고객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한국은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상반기 자동차 내수판매가 증가한 시장이 됐다. 국산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와 중형과 대형세단을 중심으로 선전했다.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80만6000대 수준에 달했다.

수입차는 전년대비 15.8% 증가했고 독일차의 전반적 호조와 테슬라 등이 국내 판매가 늘었다. 수입차는 상반기에 총 14만1000여대를 판매해 내수 점유율도 전년대비 1.2%포인트(P) 상승한 15.0%를 기록했다.

늘어난 차 판매는 가솔린차에 집중됐다. 연료별 판매는 가솔린차와 전기차 확대가 지속한 반면, 노후 디젤차 운행제한에서 시작한 압박이 경유차 판매 하락의 배경이 됐다.

연료별 비중을 보면 승용차 기준으로 가솔린이 61.3%, 디젤은 20.6%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수소전기차, 천연가스(LPG) 등이다.

디젤차는 최근 규제강화 추세에서도 SUV에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소형SUV 강세가 이어지면서 점유율은 하락했다. 특히 소형SUV의 경우 'SUV=디젤'이라는 공식에서 탈피하고 가솔린모델의 약진을 보였다. 

현재 출시된 가솔린SUV의 경우 대부분 터보를 적용해 출력과 효율성을 모두 잡고 디젤SUV를 대체할 수 있는 성능을 발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상대적으로 배기량이 적고 무게가 덜 나가는 만큼, 가솔린 SUV모델에 대한 저항심리가 크지 않았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전기차는 국산이 42.6% 감소한 7800여 대에 머물렀던 반면, 테슬라의 약진으로 수입 전기차는 전년 대비 150% 증가한 8900여 대에 달했다. 전체 전기차 보조금의 절반 수준을 테슬라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용차는 세단과 SUV 모두 증가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증가했다.

중형급 이하 세단의 점유율은 현재 10년 가까이 축소 중이다. 다만 대형차는 상승세를 유지해 세단 전체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했다. 

세단의 상승세는 현대차 그랜저IG 부분변경을 시작으로 올해 제네시스 3세대 G80 등장이 견인했다. 다만 세단이 차지하는 전체 비중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세단 증가세(6.2%)보다 전체 신차 증가세(6.6%)가 더 컸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승용차 가운데 82.3% 수준이던 세단은 지난 2015년 이 비율이 67.5%까지 하락했다. 이어 2017년에는 66.1%를 간신히 유지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53.5%까지 하락했다. 조만간 세단 판매보다 SUV 판매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SUV는 다양한 신차 중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나 늘었다. 특히 중형 이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달아 출시된 국산 소형SUV 신차효과를 누렸다.

대형SUV도 약진했다. 올해 최초 출시된 국산 고급 대형 SUV(제네시스 GV80) 호조로 대형 SUV 판매는 전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했다.

구매 주체와 인기 차종의 변화도 눈길을 끈다. 코로나19가 자가용 보유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내수가 호조세를 보였다. 이처럼 모든 연령대의 신차구매는 증가했지만 10년 넘게 증가세를 유지해온 법인·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했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 /사진=미디어펜


지난달 삼성화재가 조사해 발표한 '2020.3월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량'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 대비 올 초 대중교통의 이용량은 64% 수준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줄어들면서 자가용 구매심리가 커진 것이다.

법인차 비중은 감소했다. 그동안 인구의 점진적 감소와 자동차 이용방식의 다양화 등으로 차량소유 개념이 약화한 이후 법인차 구매는 급증했다.

2010년 19.1% 수준이었던 법인·사업자 구매 비중은 2015년 23.3%로, 그리고 2019년 상반기에는 28.3%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경기 위축 여파로 이 비중이 26.3%로 내려왔다.

해외수요 본격 회복 전까지는 내수부양책을 유지하고 도입 취지가 살아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한편 수요폭증기를 대비한 생산 차질 만회를 위해 관련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친환경차 구매지원 제도는 일부 고가수입차 위주로 정책효과가 집중되며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며 "시장의 회복에 발맞춰 하반기에는 법인차 중심으로 내수 소비가 확산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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