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유명순 교수·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조사
   
▲ 서울의 한 건물에 코로나19 방역작업 인원이 투입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치료에 헌신하는 인력 3명 중 1명은 '번아웃'(소진) 상태에 처했으며, 10명 중 7명은 '갑질' 등으로 업무 중 '울분'을 터뜨린 경험이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와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이런 내용의 '제2차 경기도 코로나19 치료·인력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설문 결과 코로나19 대응 인력들의 47.6%는 5개월 이상 이 업무를 지속하고 있었고, 평균 업무 기간은 4.9개월, 최장 240일이나 됐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5.82시간, 일평균 휴식 시간은 1.58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학조사관 등 현장대응직의 근무시간은 7.21시간, 선별진료소 업무 등을 맡는 보건소 공무원의 근무시간은 6.31시간으로 치료 팀(병원 간호사 5.67시간, 간호사 외 의료진 5.24시간)보다 훨씬 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업무가 길고 피로도가 세지면서, 번아웃을 호소하는 인력도 상당했다.

번아웃을 구성하는 3대 요소인 '감정적 고갈', '냉소', '효능감 저하' 모두 기준값 이상인 인력이 전체의 33.8%를 차지했고, 주로 업무에 따른 감정 고갈을 겪은 인력이 많았다.

감정 고갈 정도는 여성보다 남성, 연령대별로는 20대, 현장대응직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와 방역 인력들이 장기간의 업무로 정서적인 탈진 상태"라며 "성취가 아닌 냉소감과 낮은 효능감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받아든 방역 성적표의 뒷장이자 이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치료 및 방역 인력의 69.7%는 코로나19 업무와 관련, 울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나이가 어리다고 업무를 부당하게 배정받거나 욕설과 사과 등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민원, 모든 탓을 의료진이나 공무원에 돌리는 책임 전가 등의 상황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갑질'을 당해 울분을 터뜨렸다는 답변은 역학조사관 등 현장대응직에서 유의미하게 더 높았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방역 및 치료 인력의 높은 울분 경험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안전하고 공정한 코로나19 근무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1일부터 29일까지 경기도내 코로나19 대응 인력 111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총 621명이 설문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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