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부동산문제 심각…민주당 내부자정 실종에 진중권·최장집·이재명 비판 일색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 사태 이후 처음으로 미래통합당(36.5%)의 정당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33.4%)을 추월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3일 알려지면서, 재야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반응이 다채롭다.

리얼미터가 교통방송 TBS 의뢰로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양당 지지율 격차(3.1%p)는 오차범위 내에 있지만 근 4년 만의 지지도 역전에 시민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이 지점에서 주목받는 키워드는 부동산 문제와 내부비판의 실종, 두 가지다. "올 것이 왔다"는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통합당의 지지율 역전에 대해 "민주당은 자기 수정 능력과 현실감각을 잃어버렸다"며 "이미 피드백시스템이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친문 강성 완장파가 당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고 나머지 의원들은 소신 없이 이들의 눈치만 보는, 관료주의 체제 하의 공무원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며 "당밖의 비판에라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쓴소리 하는 사람들은 그 지지자들이 단체로 달려들어 '토착왜구'로 낙인 찍어 '양념질'을 해대니 할 말이 있어도 감히 입을 못 여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모습./사진=(좌)민주당,(우)통합당

3년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올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한 표를 던졌다는 대기업 직원 한모씨(39남)는 이날 본지의 취재에 "문 대통령과 현 집권여당이 정권 초반 적폐청산을 내달린 것 까지는 좋았으나 지난 3년간 부동산 문제에서 만큼은 어처구니 없는 내로남불 이중행태를 보였다"며 "다주택자를 투기 수요로 단정짓고 각 국민의 부동산 마련에 대해 온갖 세금과 규제로 막아선 것이 패착"이라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대단지 아파트인 헬리오시티에 거주한다는 한모씨는 이날 "9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 전세 매물이 싹 사라졌다"며 "당장 올해 가을부터 어디로 이사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게 나라냐"고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살면서 취업준비생인 임모씨(24여) 또한 이날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이달 초에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오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멀찍이 지방에 있는 본가와 따로 살아 다달이 높은 임대료에 허덕이는 사회 초년생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네이버 맘카페 맘스홀릭 등 포탈사이트에 있는 친문 커뮤니티에서조차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은 완전히 실패"라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또한 이날 국회토론회에 참석했다가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묻는 질문에 "아무래도 제일 큰 영향은 부동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이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통합당은 윤희숙 의원의 본회의 발언, 호남 수해 복구, 선제적 4차 추경 제기, 정강 초안에 5.18 정신 삽입 등으로 중도층을 겨냥한 '거침없는 미들킥'을 한 게 효과를 봤다"고 해석했다.

민주당의 지지도 하락과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내부 모순에 대해선 경제학계와 정치학계 모두 예견된 바 있다.

진보진영의 대표적 경제학자이자 현실참여형 학자로 이름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11일 경향신문에 칼럼을 기고하여 "부동산의 취득, 보유, 매각 등 모든 단계의 세금을 강화한다고 부동산 가격이 잡히겠는가"라면서 "경제 정책이나 사회 정책도 산으로 가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 길을 잃고 있다는 점은 더 지적할 필요조차 없다"고 단언했다.

전 교수는 칼럼에서 "정책 당국자의 발언이 하루아침에 뒤집힌 예는 부지기수"라며 "청와대 비서실장 및 수석들의 일괄 사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초리는 싸늘하다. '직보다 집을 택했다'거나 '다른 참모들은 잘못이 없다는 거냐'는 항의가 꽂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진영의 대표적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6월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한국정치연구'에 기고한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등장 이후 한국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있다"며 "위기는 운동권세대 엘리트그룹, 이들과 결합된 이른바 '빠' 세력의 정치적 실패에서 왔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개혁을 주창하는 진보 정치가들이 스스로 도덕적 개혁자를 자임하더라도 실제 현실은 그들이 설정한 높은 도덕적 기준과 규범들에 비슷하게라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정치계급으로 등장한 학생운동 세력이 문제의 해결자가 아닌 문제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및 공동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가 2019년 10월 조국 사태와 관련해 참여연대를 떠난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문정부 출범 후 2년반 동안 조국은 적폐청산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드셨다"며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세력을 보며 광기를 느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시민사회에서는 대체적으로 문정부가 정의를 외치며 정권을 잡았지만, 지난 몇년간 여러 사건에서 보여준 모습이 과거 자신들이 비판했던 기득권 보다 더 심해 보인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통합당이 향후 이번 기회를 어부지리 삼아 정권을 되찾아올 능력을 갖출지, 민주당의 패착을 십분 활용하지 못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