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졸 초임, 2만페소 수준…PCR 검사 비용, 4000~7000페소 달해 부담
항공업계 "출발 시 사전 발열체크·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조치 철저히 이행"
"중국, 2월 대비 안정세…정부, 중국 국적자 무비자 환승 조치 허용해달라"
   
▲ 텅 빈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줄어 붕괴 위기에 처한 가운데 환승수요 유지 차원에서 정부 당국에 음성 확인서 제출 완화 등 최소한의 조치의 필요성을 요청하고 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필리핀·중국발 환승 요건 완화 등을 골자로 한 공문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필리핀발 환승객에게까지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검사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화를 요구해 해당 지역발 환승객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 탓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발 인천공항 환승객의 무사증 환승 불가 규정 때문에 중국 국적 환승객들이 인근 공항의 환승 수요로 흡수되고 있다. 여객 수요가 90% 이상 급감해 신음하는 국내 항공사들이 잠재적 환승수요까지 빼앗길 경우 포스트 코로나19 이후의 환승 경쟁력까지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 마저 제기된다.

   
▲ 아시아나항공 카운터./사진=연합뉴스


◇필리핀-인천 편당 승객 200명→30명으로 뚝…"외항사에 다 뺏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최근 14일 이내 필리핀·우즈베키스탄·파키스탄·키르기즈스탄·카자흐스탄·방글라데시에서 출발한 승객을 대상으로 한국에 입국하거나 환승할 경우 재외공관이 지정한 해당국 의료기관에서 출국일 전 48시간 이내 발급한 코로나19 PCR 검사 음성확인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이와 같은 조치가 한국 입국 승객 뿐 아니라 환승객까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적 항공사들의 환승 수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적 항공사들이 직항노선을 운영하는 필리핀 노선의 경우 그 피해가 막심하다는 전언이다. 출발편 승객 75% 이상이 인천공항을 경유해 미주 등 제3국으로 여행하는 환승객들인 탓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PCR검사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화 직전인 지난달 19일부터 필리핀-인천 노선의 예약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에도 해당 노선의 탑승객이 편당 200여명 이상이었지만,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화 이후 일 30~40여명에 불과하다.

항공사들은 환승객들에게 계속 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요구할 경우 수요가 정상화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필리핀에서 PCR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4000~7000페소(80~140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현지 대졸 초임 연봉이 2만페소 수준임을 감안할 때 상당한 비용이다.

진단까지는 최대 7일까지 소요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검역 기준인 48시간 이내에 발급된 증명서를 확보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이 줄어든 탑승객은 고스란히 인접 국가 항공사로 흡수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 여객기에 탑승하고자 했던 환승객들이 에티하드항공·ANA항공·싱가포르항공·캐세이퍼시픽항공 등 미주행 항공편을 운항하는 경쟁 항공사들에게 흡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항공사들은 환승객들에게 PCR검사 음성확인서를 받지 않고 있는 만큼 인천국제공항 환승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출발 시 사전 발열체크·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비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항공여행 수요가 90% 이상 줄어들어 인천공항 환승구역의 혼잡도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국내 코로나19 대응에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최소한 필리핀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환승하는 승객만이라도 PCR 음성진단서 제출을 면제해달라는 것이 항공사들의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이스타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중국인 승객, 인천공항 환승 수요 비중 커…무비자 환승 조치 허용해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2월 중국 국적자가 중국을 출발해 제3국으로 이동할 경우, 인천공항에서 무비자 단순 환승을 불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당시 중국 국적자의 중국 출발 무비자 환승 불가 조치는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월부터 중국 국적자가 중국을 출발해 인천공항을 환승해 유럽 등 제3국으로 갈 경우 비자가 없으면 환승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반면 중국 국적자가 유럽, 미국 등 제3국을 출발해 인천공항을 환승해 중국을 갈 경우 무비자로 가능하다. 이 같은 연유로 각 항공사들은 중국발 환승객들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굳이 비자를 받지 않고 유럽 등으로 가고자 하는 중국인들의 경우 무비자가 가능한 인근 허브 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왕복항공권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을 감안하면 환승객 유치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중국 국적 승객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환승하는 수요의 비중은 상당한 편이라는 게 항공업계 분석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인천공항의 환승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국적자의 무비자 환승 조치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7월 신규 확진자는 두자릿수 수준으로 2월과는 달리 은 현재 코로나19 안정화 추세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특정 국적자에 한정해 편방향으로만 무비자 환승을 금지한 사례는 중국 국적자가 유일하다"며 "인천공항 환승수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환승객 유치를 위해 양방향 모두 무비자 환승을 가능토록 해달라는 것이 항공업계의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