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정치' 내세우며, 과감한 운영으로 정부 뒷받침
'독주' 꼬리표 달고 입법 강행, 결국 민심을 잃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지난 100일은 ‘돌발 변수’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책임 정치’를 내세우며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미래통합당과 지지율 역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김 원내대표는 14일로 예정했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지난 13일 “수해 피해서 워낙 커서 수해 복구를 우선으로 하고 100일 기자회견은 잠정적으로 보류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임기 시작부터 돌발 변수가 쏟아졌다. 원내대표에 당선되던 날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논란이 시작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북한이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민심이 흔들렸다. 심지어는 7‧10 후속 대책 발표 전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사건도 발생했다.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이같은 악재에도 특유의 뚝심과 정책 역량을 발휘하면 정국을 이끌어 왔다. 취임 직후부터 ‘일하는 국회’를 내세우며 통합당과의 원구성 협상에서 명분을 선점했고, ‘강한 여당’의 힘을 적극 활용하며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정부의 각종 정책을 뒷받침할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반면, 입법 강행처리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는 ‘독주’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취임 직후 목표 과제로 여야 협치를 위한 제도적 틀을 제시할 정도로 야당과의 소통을 강조했지만, 원구성 단계에서부터 협의 대신 상임위 독식이라는 강수를 뒀다.

특히 임대차 3법과 공수처 후속 법안의 처리 과정에서 기습 상정, 기립 표결, 소위원회 구성 배제 등을 강행한 것을 두고서는 표결에 협조한 정의당에서조차 “민주당이 원하는 시간에,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만을 처리하는, 민주당만 일하는 국회”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각종 법안의 단독 강행처리는 야당으로부터 ‘입법 독재’라는 비판까지 제기됐고, 취임 100일을 맞이한 그의 앞에는 ‘당 지지율 2위 추락’이라는 성적표가 놓이게 됐다.

원내 한 관계자는 “각종 악재 속에서도 이만큼 헤쳐 나온 것은 김 원내대표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외부 상황이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는 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재 지지율 역전을 두고 김 원내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며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지지율은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지율 하락이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민심 이탈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남인순 최고위원만이 “이번에 민주당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떠나간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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