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난 심화…전세의 반전세, 월세 전환 가속화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세 보증금을 낮추고 일정 금액의 월세를 납부하는 이른바 ‘반전세(준전세)’가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난이 심화되며 전세의 반전세, 월세 전환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으로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미디어펜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달(14일 기준)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전·월세 계약은 총 2252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반전세 계약은 278건으로 전체 12.3%를 차지했다.

반전세란 보증금이 240개월분의 월세를 초과하는 경우를 뜻한다. 즉 보증금이 큰 월세로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월세가 100만원이면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인 2억4000만원을 넘을 때 반전세로 분류된다.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 이하면 준월세(12~240배) 또는 월세(12배 이하)로 분류한다.

서울 전·월세 계약 전체에서 반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월 9.6%, 7월 9.9%, 8월(12.3% 기준) 12.5%로 2주 만에 증가 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반전세 비중이 전달인 6월 대비 0.3%포인트(P) 늘어난 데 그쳤다면, 8월에는 전달인 7월 대비 반전세가 2.4%P나 증가했다. 증가폭만 비교하면 8배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반전세의 가파른 증가는 임대차 2법 시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해당 법 시행으로 집주인들이 실익 없는 전세 대신 보증금은 보증금대로, 월세는 월세대로 받을 수 있는 반전세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가한 보유세를 월세로 대신하려는 집주인도 많아졌다고 시장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임대차 시장에서는 지난달 31일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세의 반전세, 월세 전환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반전세는 주로 전세 매물이 부족할 때 확산된다. 

실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입주 물량이 감소하며 전세 공급 역시 줄어들고 있다. 전세 물건이 급감하고 그나마 시장에 나와 있는 전세 매물 역시 가격이 치솟는 모습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12% 올랐다. 상승 폭도 전주보다 확대(0.7%→0.12%)됐다.

전셋값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급등하며 세입자들을 반전세로 내모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급대책으로 임대차시장 불안을 막겠다고는 하지만 실제 공급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공급을 기다리는 무주택 실수요자 대기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옮겨 온다면 시장 불안은 더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세 부담 강화, 저금리 기조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은 전세 물건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 상태는 지속할 것”이라며 “반전세 및 월세 전환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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