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DJ, JP 등 이니셜로 기억되는 3김 시대...MB 이후로 명맥 끊겨
국민 입에 착착 감기면서 자동으로 불리는 이니셜, 차기 주자는?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정치권에서 사라진 이니셜 약칭을 다시 볼 수 있을까?

‘3김’은 대한민국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의 3김은 그 이름보다 이니셜인 YS, DJ, JP로 국민들에게 더 친숙하다. 3김이 세상을 떠난 이후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MB 이후로 보기가 힘들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일부 인사들이 ‘GH’로 부르곤 했지만, 대중적으로 유통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불러 “그냥 박 대통령으로 불러 달라”고 언론사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기자들 사이에서도 그냥 ‘박통’으로 표현되곤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도 영어 이니셜인 ‘JI’로 불리지는 않는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문프’, ‘이니’라는 호칭이 더 친숙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 ‘재인씨’로 홍보하기도 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영문 이니셜로 불리는 유력 정치인도 꽤 존재한다.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GT',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MJ’,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DY', 정세균 국무총리는 ‘SK’로 불렸다. 하지만 대부분 여의도 내에서 불리는 수준에 그쳤으며, 국민들에게 ‘유행어’처럼 친숙하게 불리지는 못했다.

정치권에서 이니셜 호칭이 사라진 이유는 “발음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YS, DJ, JP, MB처럼 입에 착 달라붙는 이니셜을 가진 거물급 정치인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이니셜 약칭이 자칫 ‘올드’한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김의 이니셜 약칭은 부르기에 쉽고 친숙한 면도 있지만, 대한민국 역사에서 한 시대를 상징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이니셜보다 ‘문프’같은 표현이 국민들에게 더 친숙하고 세련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 1위이자 유력한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NY’라는 이니셜을 밀고 있다.

지난 4‧15 총선에서 이낙연 의원 측 선거캠프는 ‘NY’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캠프 인사들은 이 의원을 ‘NY’라고 불렀으며, 온라인 지지자 모임을 ‘NY 서포터즈’로 명명하기도 했다. 기자들에게 이 의원의 일정을 알리기 위해 만든 단톡방은 ‘NY 일정 공지’로 이름 붙여졌다.

하지만 거물급 정치인이라고 무조건 이니셜 약칭이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1992년 대선에 출마해 YS, DJ와 경쟁을 벌였지만 이들과 달리 영문 약칭으로 불리지는 않았다. 본인 스스로는 “나도 CY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지만, 국민들의 뇌리에는 한번 ‘왕회장’은 영원한 ‘왕회장’으로 기억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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