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BO리그를 호령했던 두 좌완투수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18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란히 선발 등판했다. 국내 야구팬들은 '코리안데이'라며 흥미롭게 두 투수의 피칭을 지켜봤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각자 나름대로 호투를 했다. 류현진은 승리투수가 된 반면 김광현은 승패없이 일찍 물러났다. 이런 결과와 함께 둘의 피칭에는 차이가 있었다. 류현진은 '현재'를 던졌고, 김광현은 '미래'를 던졌다.

류현진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6이닝 4피안타 1실점(3탈삼진)으로 호투, 팀의 7-2 승리를 이끌고 시즌 2승을 올렸다. 평균자책점도 4.05에서 3.46으로 낮췄다.

   
▲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SNS


김광현은 7이닝으로 진행된 시카고 컵스와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로 나서 3⅔이닝 3피안타(1홈런) 1실점하고 1-1 동점 상황에서 물러났다.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팀의 3-1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류현진이 '현재'를 던졌다고 표현한 것은 그의 팀내 위상 때문이다. 류현진은 최소 6이닝 이상은 던져 퀄리티스타트를 해줘야 하는 팀의 '에이스'다. 지난 시즌 후 토론토가 4년 8000만달러의 예상 밖 거액을 들여 FA 류현진을 영입한 이유는 명확했다. 확실한 제1 선발감이 없는 팀 투수진에서 류현진이 에이스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류현진은 개막 첫 두 경기에서는 4⅔이닝 3실점, 4⅓이닝 5실점으로 부진해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8월 들어 에이스이자 '코리안 몬스터'의 위용을 되찾았다. 8월 6일 애틀랜타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신고했고, 12일 마이애미전에서는 6이닝 1실점 호투하고 아깝게 승리투수를 놓쳤다. 그리고 이날 볼티모어전에서 다시 6이닝 1실점하는 안정된 피칭으로 2승째를 거뒀다.

특히 볼티모어는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팀 타율 3위, 장타율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강한 화략을 자랑하는 팀. 이런 볼티모어 타선을 상대로 류현진이 볼넷 없이 4안타만 내주고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경기 후 볼티모어의 브래든 하이드 감독은 "토론토가 왜 8000만 달러를 주고 류현진과 계약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토론토의 '현재' 에이스가 류현진임을 적장도 인정한 것이다.

김광현이 '미래'를 던졌다고 표현한 것 역시 그의 팀내 위상 때문이다. 김광현은 KBO리그에서 선발 276차례 포함 총 298경기에 등판해 136승(77패)이나 거둔 베테랑 투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올해 신인 신분이며, 선발 등판도 이날이 처음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진입 경쟁을 벌인 김광현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경쟁력을 보이고도 팀 사정에 의해 '마무리투수' 보직을 받고 시즌 개막을 맞았다. 7월 25일 피츠버그와 개막전에서 3점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마무리 등판, 1이닝 2실점(1자책)하며 진땀을 흘리긴 했지만 세이브를 거두는 것으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팀 내 코로나19 확진자 속출로 경기가 계속 취소되는 바람에 등판 기회가 없었던 김광현은 마이콜라스의 부상 등 선발진에 공백이 생겨 보직이 선발로 변경됐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선발 데뷔전에서 3⅓이닝을 1실점으로 막는 무난한 피칭을 하며 '미래' 세인트루이스의 선발 요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경기 중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던 김광현은 경기 후 "다음 등판이 더 기대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CBS스포츠는 "아직 김광현의 위치가 확실하진 않지만 앞으로 선발 자원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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