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적 버팀목 내수 시장 위축시 타격 심화 우려
개소세 인하 효과도 반감…판매전략 전면 재수정 위기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자동차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당초 올 하반기부터 업황 회복을 기대했으나 해외 각지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국내에서조차 2차 대유행 가능성이 커지며 불황 장기화에 따른 셧다운 충격까지 우려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사진=현대차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하반기 글로벌 시장 수요가 상반기 대비 호전될 것이라는 예상에 맞춰 판매 전략을 수립했으나, 최근 재확산 조짐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당초 내수 시장이 상반기처럼 굳건히 버텨주고,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며, 소비자들도 팬데믹(대유행) 공황에서 벗어나 구매심리를 회복할 것이라는 게 완성차 업계의 예상이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올해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판매 감소율이 8~12% 수준으로, 29.2%에 달했던 상반기 감소율보다 대폭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으로는 18~21% 수준 감소한 7000만~7200만대 수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은 코로나19 재확산 이전에 작성된 주요 조사기관 전망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최근 들어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다면 전망치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차 재확산이 우려되며 올해초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수급 문제와 확진자 발생 등으로 인한 공장 가동중단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걱정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됐고 완성차업계의 사무직들은 다시 재택근무전환을 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 직접적인 피해가 나오지 않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초 셧다운 여파가 아직까지 회복 중인 상황에서 재확산 우려가 커지며 하반기에 비약적인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이 활성화 되려는 상황에서 2차 대유행의 조짐이 보이며 다시 판매망이 막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의 이동제한령 등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글로벌 생산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현대·기아차는 큰 폭의 실적 하락이 발생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항구 산업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에서 2차 대유행이 발생한다면 상반기와 같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생산라인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공장 라인 전체가 멈춰서는 경우도 발생하는 만큼 방역 등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며 전세계 하루 확진자가 3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전염성이 강한 변종 바이러스까지 등장한 것으로 확인되며 확진 속도도 점점 빨라짐은 물론, 통제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며 공포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코로나19 2차 대확산 조짐도 심각한 리스크 요인이 될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 5사의 상반기 글로벌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1.5% 감소했으나, 글로벌 판매 감소율(29.2%)보다는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수출과 해외 현지생산 판매는 크게 줄었지만 내수시장이 버텨주면서 감소폭이 완화된 것이다.

완성차 5사의 상반기 내수 판매량은 80만89대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보다 오히려 6.0% 늘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된 데다 정부의 개별소비세(개소세) 감면 정책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난 14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세 자릿수로 급증했고, 18일에는 246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2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수요 안정을 위협하는 징조다.

더구나 하반기에는 상반기와 같은 개소세 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 2~6월 70%의 개소세를 감면해주다가 5월부터 감면폭을 30%로 줄였다. 1.5%였던 개소세율이 3.5%로 2.0%포인트 오르며 상대적으로 자동차 가격이 오른 것과 같은 착시효과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실제 개소세 변동이 반영된 7월 내수 판매실적에서 현대차와 한국지엠은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보였으나 나머지 3사는 감소했다. 완성차 5사 합산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10.1% 늘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현대차의 증가율(28.4%)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다.

전월과 비교하면 완성차 5사 모두 큰 폭으로 판매가 감소하며 전체적으로 18.2% 줄었다.

개소세 감면에 따른 구매 유인효과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발생한다면 자동차 내수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그동안 내수 시장에 기대 실적 감소를 방어해 왔던 완성차 업체들은 상반기보다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시점을 특정할 수 없는 만큼 시장 예측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진행했음에도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2차 대유행이 발생한다면 판매 전략을 또 다시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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