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59주째 상승…“가격 방어 힘든 매물은 부작용 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이다빈 기자]부동산 시장 불안정성이 실수요자들의 매수 심리를 부추겨 매물이 더욱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 전망돼 고공행진하는 집값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7‧10대책, 임대차 3법 등 각종 규제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9주째 이어지는 등 시장 불안이 계속되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더 늦기 전에 사야한다'는 심리의 패닉바잉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이 현 시점에서 매수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끌고 올 경우 가격 방어 실패 시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9일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 전세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4% 올랐다. 주간 기준으로 59주째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다. 휴가철 비수기와 상승 피로감 등으로 전주(0.17%)에 비해 상승폭이 줄었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업계에서는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포함한 임대차 3법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지난달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전격 시행됐다. 이달 4일 국회를 통과한 전월세신고제는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기존 계약 2년에 2년을 추가 갱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다.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는 임대인들이 제도의 적용을 받기 앞서 보증금이나 전셋값을 올려 내놓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어서다. 0%대 초저금리와 함께 전세 매물을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며 공급도 줄어들고 있다.

임대차 시장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며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임대차 수요를 매수심리로 전환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청약을 통한 주택 구입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긴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전셋값의 고공행진과 더불어 반전세 증가로 월세 등 주거비용이 늘자 ‘늦기 전에 매매를 하는 게 낫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부동산 수요자는 "이정도로 전세가 오르기 전에는 '매매가가 더 오르기전에 살까'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지만 요즘은 '지금 안 사면 전세도 못 구하고 월세 살겠다'라는 걱정으로 매수를 생각하고 있다"며 "청약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수고 전세 매물은 부족해 하루라도 빨리 거주할 집을 마련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2030세대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비강남권 아파트에서 시작돼 빌라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직방이 한국감정원 아파트거래현황 데이터를 활용해 6월 서울 아파트 연령대별 매매거래비중을 분석한 결과 30대 이하가 36.13%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했다. 40대(27.75%), 50대(18.77%), 60대 이상(15.3%)가 뒤를 이었다. 30대 이하 매매거래 비중은 자치구별로 성동구(52.96%)가 가장 컸다. 그 뒤로 중구(52%), 강서구(46.54%), 영등포구(45.19%), 구로구(42.11%) 순이었다. 

최근에는 연립과 다세대주택 등 빌라까지 패닉바잉 현상이 옮겨 붙어 가격의 치솟고 있다. 19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은 전날 기준 7008건을 기록했다.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올해 초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랐다. 시장 불안감이 부추긴 매수 심리가 대출 규제와 아파트값 상승과 함께 빌라에 풍선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연립‧다세대 주택의 전셋값 역시 올랐다. 전달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의 중위 전셋값은 1억6826만원으로 6월보다 52만7000원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이 불안한 시장에 기초한 매수 심리로 무리해서 주택을 구입할 경우 부동산 침체기 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꾸준히 나오고 있는 공급대책은 문제가 될게 없지만 중요한건 시차"라며 "내년 하반기에 공급되는 물량이라 내년 상반기까지는 패닉바잉 현상이 지속될 수 있고 내년 2분기에서 3분기 사이에 혜택이 줄어든 임대사업자들이 매도하는 등 매물이 늘며 안정을 찾아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수요자들에게는 지금 매수할 지, 기다렸다 공공주택이나 사전청약을 신청할지 선택지가 있는데 후자는 현재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고 사전청약 역시 가점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 예상돼 매수세가 세지고 있다"며 "패닉바잉으로 과하게 대출을 받거나 레버리지를 끌어와 주택을 살 경우 부동산 하락기 때 부담이 크고 가격 방어가 힘든 매물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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