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으로 기업경영 부담 급증
국제경쟁 환경 경영전략 고려한 재심의 필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재계가 대법원의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코로나19 등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일 추광호 경제정책실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경제 위기,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산업경쟁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예측치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추 실장은 이번 판결로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경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 그는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으로 노사 모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한다"고 지적햇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에 따른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아 기존의 노사간 합의한 임금체계를 성실하게 준수한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시간외수당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이번 판결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하는 신의칙의 판단 근거인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한 것에서부터 비롯됐다고 했다.

법원은 통상임금의 신의칙 적용기준을 주로 단기적인 재무제표를 근거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전략적으로 경영을 추진해야 하는 기업의 경영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경총은 "기업은 단순히 단기적인 재무상황을 넘어서 치열한 경쟁속에서 경쟁기업을 이길 수 있도록 선제적인 연구개발(R&D) 투자, 시장확대를 위한 마케팅, 협력업체와의 상생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경영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경총은 "현재 코로나19로 초유의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들도 막대한 경영·고용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판결이어서 국가적 차원에서 사법부 판단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마저도 든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경총은 많은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에서도 이 문제를 현실과 국제경쟁 환경에서의 경영전략을 고려해 재심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향후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 기업에 대한 부담, 고용에 대한 부담, 경쟁력에 대한 부담을 반영해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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