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관질환 신약 후보물질 미국 프로세사에 기술수출
베링거인겔하임에 NASH 치료제 기술수출한지 1년만
공격적인 R&D·벤처 투자 통해 신약 수출 결실 맺어
전문경영인 체제 한계 뛰넘어 선순환 구조 구축해
   
▲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사진=유한양행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가 지난 5년 간 공들여온 신약 개발부문에서 대박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위장관질환 신약 후보물질(YH12852)이 해외로 기술수출 됐다.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신약 후보물질이 기술수출된지 1년만이다. 

유한양행은 미국 프로세사 파머수티컬에 YH12852 물질에 대한 개발, 제조,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한국 제외)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에 기술을 이전한 'YH12852'는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합성신약이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5-HT4 수용체에 작용해 세로토닌과 체액 분비를 유도하고 위장관 운동을 촉진하는 기전을 지닌다.

이번 계약의 규모는 최대 4억1050만 달러(약 5000억원)이며 유한양행은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200만 달러(약 24억원)를 프로세사 주식으로 수령한다. 이와 함께 개발 진행에 따른 기술수출 수수료와 제품 상용화 이후 로열티도 받는다.

유한양행은 최근 2년 간 5건의 기술수출을 통해 계약금과 기술료로만 1700여 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러한 성과는 이 대표의 적극적인 R&D 투자의 결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가 전문 경영인으로 선임된 2015년 이후 유한양행은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왔다. 

실제로 이 회사의 R&D 투자액은 2015년 715억원, 2016년 864억원, 2017년 1036억원 등 매년 2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는 2018년 1018억원 대비 36% 증가한 1382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특히 올해는 유입된 기술수출 수수료를 기반으로 전년 보다 40% 이상 늘어난 2000억원 가량을 R&D 활동에 투입한다고 공식화하면서 투자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 대표는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내외 유망 바이오벤처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울만한 신약 개발 전략을 세운 것이다.

2015년 바이오니아(100억원), 코스온(150억원), 제넥신(200억원), BSL(20억원) 등에 이어 2016년에는 이뮨온시아(120억원), 파멥신(30억원), 소렌토(1000만 달러), 네오이뮨테크(300만달러), 제노스코(420만달러) 등 투자를 단행했다.

   
▲ 유한양행 바이오벤처 투자 현황./사진=유한양행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은 초대형 기술수출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건을 제외하고도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 후보물질 'YH25724'을 8억7000만 달러(1조53억원)에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작년 1월에는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NASH 신약 후보물질을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총 7억8500만 달러(약 8800억원)에 기술수출 했으며, 이보다 앞선 2018년 11월에는 얀센바이오와 비소세포폐암 신약 후보물질인 '레이저티닙'에 대한 기술수출, 공동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12억5500만 달러(1조4000억원)다. 

또 2018년 7월에는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퇴행성디스크질환 신약물질인 'YH14618'을 총 2억1815만 달러(약 2442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했다. 이 물질은 2009년 국내 바이오 기업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공동 개발한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는다. 유한양행은 오너 경영체제인 다른 정통 제약사와 달리 전문경영인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데, 신약 개발에 최소 10년이 걸리는 업계 특성상 전문경영인이 뚝심있게 사업을 밀어부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경우 장기적인 안목을 지니고 취임 직후 R&D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또 3~4년만에 투자에 대한 수출 결실도 거두면서 제약사에서 이상적으로 꼽는 'R&D투자-신약개발-기술수출-R&D예산증액'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했다. 이 대표의 임기가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1978년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유한양행의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으며, 2002년 유통사업부장(상무이사), 2009년 경영관리본부장(전무이사), 2012년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 등을 거쳐 2015년 3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유한양행 전문경영인의 연임은 1회로 제한돼 있으므로 이 사장의 퇴임 시기는 2021년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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