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금액, 1조원 수준 전망…대한항공 우선 매수권 부여도 논의 중
유상증자·일반 공모 흥행 통해 2조원 넘는 실탄 확보
미국 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 자금재조달 시 3000억 추가로 쥐게 돼
업계 "2분기 실적 잘 나왔지만 내년 상반기 중에는 추가 지원 필요할 수도"
   
▲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대한항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대한항공이 기내식 사업부 매각 등 자구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어 다소 숨통이 트일지 이목이 집중된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르면 다음주 중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 기내식기판 사업본부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센터 냉장고 시설./사진=대한항공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7일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한앤컴퍼니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했다. 한앤컴퍼니는 최근 기내식 생산시설 실사 등 관련 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기내식기판 사업본부의 매각 금액은 1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양측은 최종 가격을 놓고 협상 중이고 대한항공에 대한 우선 매수권 부여 등도 테이블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추진한 유상증자 흥행에 대성공하며 1조127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했다. 일반 공모(실권주·단수주) 청약에만 3조70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려 124.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진풍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유동성 위기 타개책으로 추진한 자구안으로 2조원 넘는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앞서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채권단은 지난 4월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며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한 바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 전경./사진=윌셔그랜드센터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의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을 놓고 투자자와 협의 중이다. 담보 대출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시장 안팎에서는 3000억원 규모일 것으로 본다.

또한 왕산마리나를 보유한 왕산레저개발 지분 연내 매각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호텔 부지./캡쳐=네이버 지도


이 가운데 대한항공이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 매각과 관련,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날부터 논의에 착수해 귀추가 주목된다. 권익위는 이날 오전 서울시·대한항공 양측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주재해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대한항공은 앞서 자구안으로 올해 안으로 최소 5000억원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의 문화공원 조성 방침을 내세워 공개 매각이 어그러지는 등 자구안 추진에 큰 차질이 생겨났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 6월 12일 권익위에 서울시의 일방적 문화공원 추진 탓에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에 피해를 봤다며 행정절차 중단을 취지로 서울시에 권고해달라는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양측의 입장 차가 큰 점을 고려해 권익위는 민원 처리 시한(60일)을 내달 12일로 한 차례 연장했다. 권익위는 상황에 따라 추가 연장도 검토할 계획이며 경우에 따라 이해 관계자의 의견도 추가로 듣는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날 신청 마감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기업 자산 매입 프로그램에는 신청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송현동 부지에 대한 권익위 중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정부는 당초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자산을 매각할 때 적정 가격에 팔 수 있도록 캠코를 중심으로 자산 매각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때문에 대한항공이 이를 통해 송현동 부지를 매각할지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신청도 보류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기한은 올해 연말까지다. 따라서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 등 자구안 진행 상황과 하반기 사업 성과 등을 종합해 내년에 필요한 자금 규모에 맞춰 신청한다는 복안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2분기 화물 실적이 잘 나왔고 유상증자·일부 사업부 매각 등으로 필요 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해 올해 하반기까지는 버틸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코로나 사태 확산 변수 등이 있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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