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로멜로 루카쿠(인터 밀란)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연속골 행진을 이어가며 신기록을 또 경신했지만, 웃을 수가 없었다. 인터 밀란이 우승을 놓치는데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루카쿠는 22일 새벽(한국시간) 독일 쾰른의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세비야와 2019-2020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출전,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5분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골로 성공시키며 인터 밀란에 1-0 리드를 안겼다.

이 골은 루카쿠의 유로파리그 11경기 연속골이었다. 루카쿠는 지난 2014-2015시즌 에버튼(잉글랜드) 시절부터 이어온 유로파리그 연속골 기록을 11경기로 늘렸다. 물론 역대 유로파리그 최다 연속골 신기록이었다.

   
▲ 사진=인터 밀란 SNS


인터 밀란이 승리해 우승까지 차지했다면 루카쿠에게는 최고의 날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루카쿠의 선제골 이후 세비야의 더 용이 2골을 몰아넣고 인터 밀란의 고딘이 1골을 터뜨려 전반은 두 팀이 2-2로 팽팽하게 맞섰다.

후반에도 균형이 이어진 가운데 루카쿠는 '진정한 영웅'이 될 기회를 맞았다. 후반 20분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워 단독 돌파해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절호의 득점 찬스를 만든 것. 하지만 루카쿠의 회심의 슛이 달려나온 골키퍼 보누의 선방에 걸리며 무위에 그쳤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후반 29분 인터 밀란은 세비야의 수비수 카를로스에게 오버헤드킥 골을 내줬다. 통한의 골이었고, 이 골로 인터 밀란은 2-3으로 패하며 세비야에게 우승을 내줬다.

그런데 카를로스의 골 장면에서 묘하게도 루카쿠가 등장했다. 카를로스의 오버헤드킥 자체는 환상적이었지만, 수비에 가담해 골문 앞 좌측을 지키던 루카쿠 쪽으로 볼이 날아왔다. 루카쿠는 엉겁결에 발을 갖다댔지만 볼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이 골은 카를로스의 골로 공식 기록됐지만, 방향을 따져보면 루카쿠의 자책골처럼 보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카를로스는 루카쿠의 선제골 때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제공한 선수였다.

망연자실한 루카쿠는 이후 힘을 내지 못했고, 인터 밀란은 끝내 만회하지 못한 채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유로파리그 11경기 연속골 대기록에도 루카쿠는 웃지 못하고 눈물을 흘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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