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혼선…교문위 여당 간사 신성범 의원, 간사직 물러나

여야가 20일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놓고 극적 합의를 이루는 듯 했으나 여당 지도부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갈등히 증폭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여야 간사는 이날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에 5600억원 순증하기로 합의했으나 여당 지도부의 반대에 부딪혀 합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교문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 교문위 여당 간사와의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안에 5600억원을 순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19일 국회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누리과정 예산 관련 회동을 가진 가운데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가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뒤는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뉴시스

이어 "부족한 지방교육재정에 대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대신 중앙정부가 이를 보증하고 이자를 부담하기로 했다"며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 상위법과 어긋나는 부분은 추후 정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교문위는 이날 오후 3시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누리과정 예산안 심의를 정상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이 원내 지도부에 합의 내용을 보고하면서 30여분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누리과정 국고 지원은 절대 불가하다'는 방침을 내세운 것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즉각 브리핑을 열고 "여야 합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그간 새정치연합은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2조1000억원을 국고에서 지원할 것을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국고 지원은 어렵고 지방채 발행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을 보이면서 팽팽하게 맞서왔다. 이러한 이유로 교문위 예산 심의는 기한을 넘긴 채 여러차례 파행을 빚었다.

새정치연합은 합의를 번복한 여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여야가 합의하고 정상화하려고 하는데 새누리당 원내수석이 전면 부인한다면 아이들 보육은 원내수석이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은 혼선을 빚은 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간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신 의원은 "(여야 간사간 구두 합의를) 문서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 지도부의 추인을 받지 않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혼선을 빚었다"며 "책임을 지고 간사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야간 누리과정 극적 합의가 결국 파행으로 이어지면서 교문위 전체 예산에 대한 심사는 더욱 난항을 빚게 될 전망이다.

여당 간사의 사퇴로 이날 오후 예정된 교문위의 예결소위가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한데다 여야가 합의점을 못찾고 정부 예산안 원안이 예산안조정소위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야당의 반대로 심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새누리당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물리적으로 오늘이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며 "교문위에서 하루빨리 예산을 확정해서 예산안조정소위로 보내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정부 원안을 갖고 심사해야 할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