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생산직 투입하는 자동차 업계, 고임금·고용보장 동시 감내 불가
노동조합, 임금 줄다리기 그만두고 고용보장 위해 사측과 머리 맞대야
   
▲ 산업부 김태우 기자.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어제 하루에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41명이 추가됐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발령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인 여파의 뒷감당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같이 코로나19 여파가 글로벌 팬더믹 상황 치닫으며 수출도 급감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도 좀처럼 경계를 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기업들은 통상임금 등과 같은 제도적인 문제로 경영환경이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그렇다고 미래 먹거리 신사업을 위한 투자를 멈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올해도 '월 기본급 6.5%(12만304원) 인상'이라는 임금 교섭 공동요구안을 내놓았다. 금속노조 산하에 있는 국내 완성차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이 소속돼 있다. 이들 노조는 이미 사측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이 요구안에 수백~수천만원씩의 상여금을 추가해 내민 상태다.

이 요구안을 보면 노동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경제위기에 처한 '현실'을 외면한 채 고성장 시대의 '향수'에 빠져 있는 모양새다.

한국의 제조업은 오랜 기간 고성장의 시절을 보냈다. 일감이 넘쳐 공장을 풀가동해도 모자랐고, 그만큼 근로자들의 임금도 매년 급상승했다. 이들의 작업복은 지역사회에서 부의 상징으로 통할 만큼 높은 몸값을 자랑해 왔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오랜 과거의 일이다. 자동차의 생산은 이미 수년째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고 수출역시 같은 상황이다. 심지어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됐던 완성차공장,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라는 뼈아픈 사건도 발생했다.

이미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 '코로나19' 사태는 최악의 상황을 부측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 19 확산이 현 수준에서 그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긍정 전망이다. 하지만 2차 재유행시에는 -2.0%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1.3%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커지는 상황이라 부정 전망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나마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긍정적이다. 미국은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7.3에서 -8.5에 달하고 유럽 주요국들은 대부분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다른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낙폭이 우리보다 크다는 게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사진=현대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3일 발표한 '수출 주력업종별 협회 대상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조사'에 따르면 상반기 주요 업종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23.6% 줄었다. 하반기 역시 수출액이 5.1%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3.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시점이 불투명한데다, 경제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도 이전 수준의 경제 회복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굳이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제조업에 고임금 근로자들을 대거 투입하는 시기는 끝났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3만개에 육박하지만 전기차에서는 반토막 수준인 1만여개로 감소한다. 동력계통 부품이 상당부분 전기모터 등으로 대체되면서 간소화 되는 데 따른 것이다.

완성차 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차체에 부품을 조립하는 공정에 투입된다. 부품이 감소하면 인력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최근 노동조합과의 임단협 교섭에서 "전기차 전환이 이뤄지면 파워트레인과 콕핏(운전석) 관련 부품들이 축소되고, 인력 수요 감소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차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지양하고 정년퇴직 등에 따른 자연감소 등으로 인원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을 노조 측에 전했다. 일부 잉여인력 발생을 감수하더라도 기존 직원들을 내보내는 일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이뤄지는 노사간 대화는 이런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과거에 얼마를 더 올려 받았으니 올해도 이 정도는 올려 달라'고 떼를 쓰는 식의 행보를 멈춰야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일자리를 지킬 것인가에 대한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이 필요한 때다. 대규모 생산직 인력을 거느린 제조기업이 고임금과 고용보장 두 가지를 안고 가긴 불가능한 시대다. 버는 돈은 줄어드는데 개별 임금만 높아진다면 결국 고용보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노동계도 이젠 고성장 시대가 끝났음을 인정하고 임금 인상에 목숨을 걸 것이 아니라 조합원을 한 명이라도 내보내지 않도록 현실을 직시하고 사측과 머리를 맞대는 게 노조의 역할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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