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위 배율 전년대비 0.25 감소해 4.37…실수요자 중심 중저가 아파트 매수세↑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서울 저가 아파트 매매가가 고가 아파트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하며 시장이 상향 평준화 되고 있다. 각종 규제와 시장 불안정성으로 중저가 아파트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갭 매우기' 현상을 잡으려면 매매가 고점 자체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8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4.37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0.25 내려간 수치다. 

   
▲ 서울 강남 시내 아파트 및 빌딩 전경./사진=미디어펜


5분위 배율은 아파트값을 상위 20% 평균(5분위 가격)과 하위 20% 평균(1분위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높을 수록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을 뜻하며 이번 통계 결과는 서울 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이 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저가 아파트에 해당하는 서울 아파트 1분위 평균값은 4억3076만원이다. 전년대비 19.5%(7028만원) 상승한 모습이다. 올해 6월 4억원을 돌파한 뒤 2개월 만에 6.8%(2747만원) 더 올랐다.

2년 전과 비교하면 5분위 평균값이 21.5%(3억3350만원) 오를 때 1분위 평균값이 37.8%(1억1813만원) 상승했다. 저가 아파트값 상승폭이 고가 아파트값 상승폭에 비해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커지고 있다.

저가 아파트와 고가 아파트의 간격은 줄었지만 전반적인 가격 상승은 계속되고 있다. 상위 20%인 5분위 평균값은 1년 만에 12.9%(2억1527만원) 상승해 18억8160만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초고가 아파트 신고가 갱신도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대형 아파트 평균 매매값은 20억2692만원으로 2016년 이후 통계 집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항 평준화는 12‧16 부동산 대책으로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주택 마련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히며 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린 것이 원인으로 해석된다. 6‧17 대책으로 규제 지역이 확대되며 대출 규제 적용을 받는 범위도 증가했다.

여기에 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며 3040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나 중저가 아파트 매수세가 강해졌다. 7‧10대책, 임대차 3법 등 각종 규제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0주 연속 상승하는 등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계속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의 구축을 중심으로 '더 늦기 전에 사야한다'는 매수 심리가 두드러진 것이다.

이에 대해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저가 아파트가 위로 치고 올라가는 '갭 매우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고점 자체를 낮춰야 가라 앉는다"며 "고가 아파트 상승을 잡으려는 여러 규제들의 효과는 가을 이사철과 함께 대책 발표 2~3개월 후인 9~10월 쯤에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같은 아파트값 상향 평준화 현상은 서울 지역에서만 나타났다. 전국 저가 아파트값과 고가 아파트값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의 이달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7.9로 전년대비 1.5 증가했다. 2010년 7월 이후 가장 큰 수치다. 평균 매매값은 1분위는 지난해 1억987만원에서 1억983만원으로 비슷했지만 5분위 평균 매매값은 6억9773만원에서 8억6630만원으로 큰 폭 뛰었다. 중저가 아파트 가격은 보합을 보이고 있지만 고가 아파트가 크게 상승한 상황이다.

윤 연구원은 "5대 광역시나 올해 최고 상승폭을 보이고 있는 세종시에서도 서울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지방은 아파트 유형의 매물이 수도권보다 많지 않아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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