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종합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총리직을 사임한다”고 밝혀 ‘포스트 아베’의 향방이 크게 주목받게 됐다.  

당초 이날 기자회견이 예고되면서 아베 총리가 내년 9월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않고 일정 기한을 앞당기는 사퇴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지지율이 급락한 아베 총리 입장에서 후계 구도를 위한 정지작업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날 자신의 지병 악화로 인한 사임을 발표했고, 즉각 차기 총리 선출 정국으로 들어가게 됐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다음 총리 임명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궤양성 대장염으로 두 번째 조기 사퇴

아베 총리의 사퇴 이유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때문으로 이 병으로 인해 두 번째 조기 사퇴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 1차 집권 때인 2007년 9월에는 취임 1년만에 이 병의 악화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2012년 12월 취임한 뒤 지난 8월 24일로 이미 최장 연속 최장수 총리를 기록한 상태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되면서 게이오대 병원에서 ‘혈구성분 제거요법’(GCAP)으로 불리는 특수 치료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GCAP은 혈액을 몸 밖으로 꺼내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한 백혈구를 제거한 다음 체내로 되돌리는 혈액정화법이다. 보통 스테로이드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는 상태서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최장수 총리를 기록한 아베이지만 이번 사퇴로 총리직에서 그의 숙원이던 헌법 개정과 도쿄올림픽 개최는 보지 못하게 됐다. 또한 아베 총리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풀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한일관계를 최악으로 몰아넣은 총리로 기록에 남게 됐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일본 참의원 홈페이지

차기 총리 이시바‧스가‧기시다 세명으로 압축

아베 총리가 사퇴하면서 자민당은 신속하게 신임 총재를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에도 자민당은 약 2주만에 새로운 내각이 출범한 바 있다. 

총리는 양원(중의원·참의원)에서 과반수 이상의 득표로 결정되는데, 중·참 양원의 의견이 대립될 때는 중의원에서의 의결이 우선시된다. 때문에 중의원에서 다수의석을 확보한 정당의 당수가 총리에 지명되는 것이 보통이다.

차기 총리 후보자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의 세명으로 압축된다고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전망했다. 

여론은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쏠리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지통신의 8월 여론조사(8월 7~10일) 결과 차기 총리에 어울리는 인물에 이시바 전 간사장이 24.6%로 1위였다. 다만 아베 총리와 정치적으로 라이벌 관계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내 기반이 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자민당이 코로나19를 이유로 들어 당대회를 열지 않고 양원 총회만으로 새 총재를 선출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은 인물은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다. 하지만 기시다는 대중적 인기가 떨어져서 만약 그가 자민당 차기 총재가 된다면 다음 선거에서 당의 참패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그동안 기시다 정조회장을 신임 간사장으로 올려 차기 총리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후문도 있다.

이런 와중에 스가 장관이 최근 ‘포스트 아베’로 급부상했다. 특히 니카이 도시히로 현 자민당 간사장이 스가 장관을 강력 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와 있다.    

‘거대 야당’ 민주당 탄생과 한일관계 전망

아베 총리의 조기 사퇴와 더불어 일본 정치권에서 주목할 것은 오는 9월 탄생을 예고한 새로운 거대 야당의 탄생이다. 현재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이 다른 야당인 국민민주당과 합당해 150석의 신당을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미 국민민주당은 지난 19일 의총을 열고 당을 해산한 뒤 입헌민주당과의 신당을 결성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신당에는 국민민주당의 62명 의원중 상당수 외에도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 오카다 가쓰야 전 외무상이 각각 이끄는 총 20며 정도의 무소속 그룹 의원 중 대다수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언론이 보도했다. 

현재 입헌민주당 의원이 89석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합치면 150석 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의 세력이 확대되면 아무래도 여당과 대결 자세를 강화해 현 정권에 대한 견제 기능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아베 총리의 사퇴로 최소한 극우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려 한일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차기 총리로 하마평에 올라 있는 세명 중 아베 총리가 지목한 후계자인 기시다 정조회장의 경우 아베 총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경우 야스쿠니 신사에 A급 전범을 합사하는 것에 대해 반대를 공언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와 겨루면서 나온 주장으로 당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고도 전쟁을 시작한 국가지도자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호사카 교수는 "스가 장관의 경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조정하는 역할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가 장관이 차기 총리가 된다면 한국이나 중국에 대한 정책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가 장관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니카이 도시히로 현 자민당 간사장이 사실상 친한, 친중 인사라는 말도 들린다. ‘포스트 아베’에 한일관계 개선 기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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